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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겐 ‘연예인’이라는 포장지가 있다. 머리를 만지고, 화장을 하고, 멋진 옷을 입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할만큼 다르다. 그런 연예인과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고 그 내용을 돌아봤을 때, ‘쓸 말’보다 ‘쓰지 못할 말’이 더 많은 상황을 마주하면 놀랄 수 밖에 없다.
그 놀라움을 매번 안긴 배우가 있으니, 바로 주지훈이다. 쓰지 못할 말이 더 많다는 건, 그의 말이 거칠어서가 아니다. 흔히 ‘비방용’이라고 불리는 수위 높은 이야기라서도 아니다.
거창한 의미를 품고 있는 ‘대단한 멘트’가 아니라 쓸 게 없다. 그가 하는 생각이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대학에서 청춘을 즐기고, 8시에 출근해 언제 퇴근할지 모르는 우리들과 크게 다를 게 없다. 말 한 마디의 파급력,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력을 모른다면 거짓말인 ‘스타’와 다른 행보를 걷는 주지훈은 평범해서 더 특별한 배우다.
드라마 ‘다섯손가락’, 영화 ‘좋은 친구들’에 이어 영화 ‘간신’으로 만난 주지훈. 그는 역시, 여전히 솔직한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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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그래서는 아니다. 난 ‘전체’를 보려고 한다. 딱 내 캐릭터에만 꽂히는 스타일은 아니다.
△시청자 입장에선 참 재미있게 봤는데, ‘다섯손가락’을 끝내고 굉장히 힘들어했던 걸로 기억한다. 작품 전체를 본다해도 또 도전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물론 그랬다. 하지만 정말 신기한 것이 이렇게 ‘다섯손가락’을 재미있게 봤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지 않나. 얼마전 스무 살 사촌동생과 연락을 했는데 ‘다섯손가락’ 열성 팬이었다고 하더라. 그때 느꼈다. ‘작품이라는 게 보는 분들과 연기하는 입장은 다른 거구나.’ 그 후로 ‘다섯손가락’과 같은 장르도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했다. 작품을 보고, 선택하는 과정이 한층 편해졌다.
-‘좋은 친구들’은 정말 아픈 작품이다. 내 인생의 작품을 통틀어 정말 사랑한 작품이었다. 좌절의 경지까지 갔었던 것 같다.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관객이 얼마나 들었는지를 떠나서 ‘좋은 친구들’이란 영화가 이렇게 끝나버렸다는 사실에 마음이 힘들었다. 얼마 전 우연히 TV를 돌려보는데 ‘좋은 친구들’이 방송으로 나오더라. 바로 집 앞에 선술집에서 혼자 술을 마셨다. 끊었던 담배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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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민규동 감독님과 인연이 있었으니, 재미도 있고 좋기도 했다. 물론 싫기도 했다, 하하. ‘간신’ 자체가 흥미로웠다. 조선 최대의 간신 임숭재와 희대의 포악한 왕인 연산의 이야기. 그리고 영화의 진짜 주인공인 1만명의 운평까지. 노출 수위가 파격적이고, 청소년관람불가고, 그런 부분에 대해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임숭재라는 인물, 그가 가지고 있는 감정과 어떻게 표현해낼지의 문제, 그런 것들을 고민했다. 좋은 시나리오였다.
△민규동 감독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알텐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간신’을 선택했다는 게 흥미롭다.
-옛말에 틀린 게 하나도 없더라. 인간의 정말 망각의 동물이 맞다, 하하. ‘엔티크’나 ‘키친’때도 그랬는데 촬영을 하다보면 느낀다. ‘아, 이런 분이었지 참’ 이렇게. ‘간신’을 촬영하면서도 없던 베드신을 하게 됐고, 노출도 좀 있었다. ‘감독님, 이게 꼭 필요합니까?’라고 질문하면 아주 담담하게 논리를 펼친다. ‘응, 이래서 필요하지’라고 너무 솔직하게 알려주니까 나도 모르게 하게 된다. 굉장한 멘탈의 소유자가 분명하다.
△그 과정에서 민규동 감독이 배우의 가능성을 끌어내주는 것 같다. 연기하는 입장에선 ‘이 감독과 함께 하면 나도 몰랐던 뭔가가 발견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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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실 ‘간신’이 수위가 세다고 하지만 더 표현했으면 싶었다. 정사신이 더 야해야 하고, 배우들의 노출이 더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간신’을 보면 알겠지만 ‘19금(禁) 영화’가 주는 퇴폐적인 느낌이 아니다.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좀 더 노골적인 접근을 시도한다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한 메시지가 잘 전달될 것 같았다. 관객들은 어차피 영화를 받아들이고, 이해할 마음을 갖고 극장을 찾은 거니까. ‘오픈마인드’인 관객에게 무언가를 자제하려고 하는 게 맞는지 생각하게 된다. 아마 이 사회가 다른 나라, 문화에 비해 금기의 항목이 아직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 난 ‘금기’를 깨는 것이 재밌다.
△‘금기’라고 규정하는 게 어떤 건가. ‘재미’는 어떤 감정을 말하는 건가.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진 것도 금기를 깬 결과 아닌가. 요즘 길거리에 보면 핫팬츠, 속이 비치는 옷도 누구나 입고 다닌다. 10,20년 전엔 상상도 못할 일이었을 거다. 어렸을 때 본 ‘아들과 딸’이라는 드라마를 아직도 기억한다. 그때만 해도 남녀 성차별이 집안에서도 대단했다는 건데, 지금 시대를 봐라. 이 또한 금기가 깨진 것이다. 그런 모든 일들이 나에겐 흥미롭게 비춰지고, 나 또한 그 금기를 깨는 사람이고 싶다.
△배우는 작품, 연기로 소통하는 사람인데. ‘간신’이 그 바람을 어느 정도 이뤄줄 거라고 생각하나.
-그랬으면 좋겠다. 그건 관객이 판단하는 부분이라 그저 바랄 뿐이다. 요즘은 어느 현장엘 가도 내가 적지 않은 나이의 위치에 있다. ‘나’와 ‘캐릭터’ 사이에서 고민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연기론도 많고, 그것들을 맹신하지 말라는 것도 안다. 조언을 구하는 선배들마다 말씀도 다 다르다. 헷갈리는데 책임감이 느껴진다. 분명한 건 앞으로도 많은 책임감을 안고 일할 것이라는 마음이다. 만드는 사람들, 연기하는 사람들이 모두 용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 명분이 있고,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 그 조건이 충족된다면 금기에 대한 도전이 조금씩 대중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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