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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지난해와는 달랐다. 김성근 SK 감독은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뤄낸 뒤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생애 첫 우승'이라는 감격 보다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는 안도감이 더 컸던 것이다. 늘 새로운 도전을 하며 살아온 그의 삶이 우승 후의 얼굴에 그대로 묻어났다.
김성근 감독이 들려준 이야기를 가감 없이 그대로 전해본다.
작년보다는 '아 우승했구나...'하는 감각은 있다. 사실 우승했다는 것 보다 9회말 위기를 극적으로 넘겨냈다는 흥분 속에 있다. 시리즈 내내 위기때마다 선수들이 잘 극복해줬다. 8회 조동화나 박재상의 수비는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꾸준하게 많은 훈련을 한 것이 선수들의 가슴 속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특별하게 결정력 있는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하나로 뭉치며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준 것 같아 기쁘다. 준비하는 자세와 결과가 무엇인지 우리가 1년 내내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흐믓하고 행복하다.
요즘 세상은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악착같이 하루를 살아갔다. 그런 모습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걸어온 길이 편하고 쉬워보였을지 모르지만 내부적으로는 무척 힘들었다. 이호준 정경배 박정권 박경완 이진영 등이 줄줄이 부상을 당해 시즌 내내 부상을 안고 싸워왔다.
이제서야 고백하는데 박경완이 부상 이후에도 덕아웃에 있었던 것은 직접 사인을 내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이기려는 마음으로 하나로 똘똘 뭉친것이 우리의 우승을 더욱 값지게 만들었다.
선수들이 이젠 스스로 우러나는 훈련을 한다. 한국시리즈 기간 동안 선수 훈련을 직접 지켜본 것은 한번 뿐이었다. 이젠 맡겨 놓아도 될만큼 성장했다.
랜들 공략법은 뛰는 야구였다. 데이터를 살펴보니 언제 뛰면 살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 1차전서 박재홍을 3번에 쓴 것은 정근우의 도루를 위해서였다. 채상병은 우타자가 있을 때 도루 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채병룡을 이틀 연속 마무리로 쓴 것은 주전 마무리 정대현이 허리 통증을 호소해서였다. 오늘도 6회 몸을 풀었는데 던질 수 없다는 사인이 왔다.
채병룡은 시즌 중 불펜으로 써보니 가능성이 있었고 컨트롤이 안정돼 있어 잘 해주리라 생각했다. 다만 어제 생각을 안하고 있어서 불펜 피칭을 하고도 경기에 쓴 것이 미안했다.
5차전 9회말에는 그저 먼 하늘만 보고 있었다. 모든 것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진=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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