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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홀’로 불리는 17번홀의 총 길이 137야드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피칭웨지 또는 9번 아이언으로 쳐서 충분히 온 그린을 노릴 수 있다. 그러나 이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는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다. 1982년부터 지난해 대회까지 평균타수가 파3 기준보다 낮게 나왔던 적은 1987년(2.902타)과 1994년(2.976타), 1996년(2.921타), 1997년(2.952타), 20014년(2.986타) 5차례뿐이다. 2017년 대회 때는 3.225타로 최근 10년 동안 가장 높았다.
17번홀이 까다로운 이유는 커다란 호수 가운데 자리한 아일랜드형 그린은 물론 그 주변을 둘러 싸고 있는 지형지물과 예측이 어려운 바람이라는 변수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보이는 그린은 마치 악마의 입처럼 벌리고 있다. 크지 않은 그린 주변으로 큼지막한 워터 해저드가 둘러싸고 있고, 그린 앞쪽엔 벙커까지 자리해 선수들을 더욱 주눅 들게 만들다. 여기에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숨어 있는 적이다. 매일, 매시간 마다 방향이 바뀌는 탓에 베테랑들도 이 홀에서는 쩔쩔매기 일쑤다.
난공불락의 코스인 만큼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고 악몽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최경주는 2011년 대회에서 데이비드 톰스를 꺾고 우승을 확정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당시 최경주는 파를 기록했고, 톰스는 보기를 적어냈다. 최경주는 “그 홀은 선수들에게 큰 부담을 준다. 홀 주변이 모두 호수이기 때문에 클럽 페이스를 떠난 이후에는 그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며 “오직 신만이 결과를 결정할 수 있고, 원하는 곳에 공을 떨어뜨릴 수가 없다는 것은 정말 큰 부담이다”라고 17번홀을 설명했다. 이어 “(2011년 대회때) 데이비드가 파 퍼트를 하려고 준비할 때, 그 자리가 매우 어려운 위치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퍼트를 했을 때 약간 강하게 쳤다는 느낌이 왔다”며 “퍼트가 빗나갔을 때 데이비드가 어떤 기분일지 알기 때문에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고 8년 전 연장의 추억을 더듬었다.
지금까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나선 한국 및 한국계 선수는 모두 15명이다. 17번홀에서 모두 236번 경기했고, 45개의 버디를 기록했다. 모든 선수들의 성적을 합산하면 통산 11오버파로 평균타수는 3.04타였다.
재미교포 캐빈 나는 한국 및 한국계 선수 중 17번홀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34번의 경기에서 11개의 버디를 잡아냈고, 보기는 단 3개 밖에 하지 않았다. 17번홀에서 평균 이상의 성적을 거둔 캐빈 나는 역대 대회에서도 2009년 공동 3위를 포함해 통산 3차례 톱10에 들었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지난해까지 5월에 개최되다 올해는 3월로 일정을 앞당겨 14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주의 소그래스TPC에서 개막한다. 2개월 먼저 개최되는 올해 대회에선 어떤 이변이 연출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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