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이었던 그들의 각오, 잘 지켜지고 있나요

  • 등록 2015-08-26 오후 12:32:08

    수정 2015-08-26 오후 1:17:01

2011년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서 만난 나성범.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2015시즌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요즘. 2016년 신인 드래프트는 새로운 유망주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게 만든 행사였다. 많은 야구 감독과 관계자, 선수들까지 이 드래프트 순간을 영상으로 함께 했을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팀의 미래와 직결되는 자원을 뽑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드래프트에선 900명에 가까운 지원자들이 프로 지명을 꿈꿨다. 이 중 100명의 선수만이 지명의 영광을 안았다. 드래프트 순번이 성공 여부와 직결되는 건 절대 아니지만 관심도는 다르기 마련이다. 늘 전체 1순위의 영광을 어느 선수가 차지하는지가 관심사다.

올해 주인공은 남태혁이었다. kt는 투수 대신 우타 거포로 촉망받는 유망주 남태혁을 데려갔다. 남태혁은 프로 무대 입성에 앞서 “kt에 입단하고 싶었다. 신생팀이다 보니 젊은 선수들이 많아 다 같이 뭉쳐서 야구하기가 좋을 것 같다. 기회가 많이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김동주, 이대호 선배처럼 팀 중심에서 승리에 기여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 프로야구엔 지금 남태혁과 같이 이 현장을 통해 스타가 된 선수들이 많다. 그렇다면 그들은 과연 드래프트 현장에선 프로 무대 첫 입성에 앞서 어떤 각오를 밝혔을까.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프로 무대에 왔을까.

2010년 여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주인공은 드래프트 1순위 유창식이었다. 한화가 계약금으로만 7억을 안긴 선수. 그는 “앞으로 좋은 투수로 성장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팀의 보탬이 되는 투수가 되고 싶다. 송진우 구대성 류현진 선배님과 같은 훌륭한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비록 올시즌 KIA로 트레이드되며 한화에서 그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그러한 목표가 여전히 남아있다면 얼마든지 대성할 수 있는 재목이다. 오히려 한화에선 유창식 다음으로 2라운드에서 지명한 강경학을 올해 더 쏠쏠하게 기용하고 있다.

같은 해 “봉중근처럼 팀의 에이스 되겠다”는 2순위 임찬규(LG, 현 경찰청)나 “팬들에게 열심히 하는 선수, 잘 하는 선수로 남고 싶다. 자기 관리를 잘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던 KIA 한승혁의 소감과 각오도 새삼 남다르게 느껴진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린 선수는 하주석이다. 이번에도 한화가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었다. 현재는 군복무 중으로 프로 데뷔 후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지만 올해 2군 상무에서 눈에 띄는 활약으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당시 그의 각오는 “박진만 선배와 이종범 선배를 보고 배우고 싶다. 박진만 선배는 수비가 무척 부드럽고 이종범 선배는 전성기이실 때 나와 스타일이 비슷한 것 같다. 프로에 가서 직접 선배들이 뛰시는 모습을 보고 많이 내것으로 만들겠다”고 답했다. 지금은 유격수와 외야 포지션을 겸업하고 있는 중.

아울러 하주석은 “오승환 선배의 볼을 한 번 느껴보고 싶다. 돌직구가 과연 어떤 건지 한 번 직접 보고 맞붙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었다. 그의 바람대로 오승환과 맞대결도 이뤄졌다. 오승환의 볼은 예상보다 더 그를 주눅 들게 했던 모양. 하주석은 오승환을 상대로 2타수 무안타를 기록했고 현재 오승환은 일본 프로야구를 주름잡는 투수로 더 성장했다.

나성범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최근 5년간 뽑힌 선수 중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다. 그 당시에도 수줍었던 모습이 지금과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는 “TV에서 보던 선수들과 경쟁한다는 것이 실감은 안 난다. 아직은 연세대 학생이라는 느낌이다. 프로에 가면 롯데 이대호 선수와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물론 당시 그는 연세대 최고의 투수로 뽑혔지만 그 뒤 타자로 전향했다. 이대호와의 만남도 이대호가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무산됐다.

당시 나성범은 형 나성용과의 만남도 기대했다. “형(나성용)도 어제 전화와서 ‘넌 될꺼니까 푹자’라고 격려해줬다. 예전부터 형과 같은 팀에서 뛰고 싶었다. 지금은 형과 같은 팀이 안되서 아쉽긴 하지만 나중에 구단에서 형을 데려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는 말을 남겼다.

비록 여전히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긴 하지만 올해 팬들의 관심을 끌었던 매치업 중 하나는 나성범과 나성용, 형제의 맞대결이었다. 지난 6월이었다. 나성용 나성범 형제는 맞대결 경기에서 동반 홈런을 기록했고 이는 한국프로야구 사상 처음있는 일이었다.

2013년 NC의 우선지명을 제외하고 전체 1순위로 넥센에 뽑힌 조상우는 팀 선배 손승락을 닮고 싶은 선수이자 롤모델로 꼽았었다. 현재 조상우는 손승락에 앞선 필승조로 손승락의 모습을 꼭 닮아가고 있다. 손승락 역시 조상우에게 애정을 아끼지 않는 사이다. 조상우는 당시 “빠른 직구와 오래 던져도 지치지 않는 체력이 강점”이라며 자신을 어필한 바 있다. “내년 1군 진입이 목표다. 1군에 올라가서 꼭 첫 승을 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던 그는 1년 뒤 2014년 4월, 첫 승을 거두며 팀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됐다.

2014년의 주인공 NC 배재환은 아직 크게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그는 “반드시 (팔꿈치)재활에 성공해 훌륭한 투수로 성공하고 싶다”면서 손민한을 롤모델로 꼽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2015신인, 한화 전체 1순위로 지명된 김민우는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리고서 “좋은 팀에 가서 기쁘다”면서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 부담은 크지만 많은 기대를 받았으니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그는 데뷔 첫 해 1군에서 27경기에 나서며 화려하진 않지만 묵직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중. 김성근 한화 감독이 기대하는 선수임은 확실하다. 다만 기다리고 있는 첫 승은 아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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