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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헌은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9초219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일궈냈다.
황대헌으로선 이 순간을 위해 4년을 기다렸다. 고교 3학년이었던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황대헌은 500m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의 취약종목인 단거리에서 일궈낸 은메달이어서 더 의미가 컸다.
하지만 황대헌은 평창에서 불운했다. 금메달을 기대했던 남자 1500m 결승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메달을 눈앞에서 놓쳤다. 1000m에선 준준결승에서도 우리 선수들끼리 넘어져 탈락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평창 대회 이후 황대헌은 4년 동안 칼을 갈았다. 그 사이 실력과 멘탈 모두 크게 성장했다. 평창에서 어린 유망주였던 황대헌은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이번 2021~22시즌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3개나 목에 걸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그에게 찾아온 것은 실격 판정이었다. 다른 선수와 어떠한 접촉도 없었지만 심판은 레인 변경 반칙을 지적하면서 페널티를 줬다. 심지어 중국 해설자 왕멍 조차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한 번 내려진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황대헌은 인터뷰를 거부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갈 정도로 실망감이 컸다. 하지만 좌절하거나 무너지지 않았다.
실제 이날 레이스에서도 황대헌은 그 말을 실천했다. 최대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안쪽을 파고들기보다 바깥쪽을 통해 추월을 시도하려고 했다. 일찌감치 선두로 나선 뒤에는 앞에서 레이스를 이끌었다. 조던의 말대로 돌아가지 않고 직진을 선택했다.
국민도 황대현에게 아낌없는 격려 메시지를 보냈다. 방탄소년단 멤버 RM을 비롯해 수많은 유명 인사들의 응원도 이어졌다. 황대헌도 국민의 응원에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판정 논란 다음 날 훈련을 마치고 환하게 웃으며 “응원해 주시는 국민이 많아 뒤가 든든하다”고 말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황대헌은 “평창올림픽에서 겪은 두 번의 아픔이 있었기에 이번 대회 남자 1000m에서 실격을 당한 뒤에도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며 “평창올림픽은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