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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북부지방법원(형사 단독7부)에서 열린 공판장의 풍경이다. 사기혐의를 받고 있는 강성훈에 대한 재판이었다. 강성훈은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오씨 등 3명에게 총 10억원 상당의 돈을 편취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지난 9월 보석 석방됐다.
강성훈이 보석으로 풀려난 뒤 처음 갖는 재판이어서 관심이 더욱 쏠렸다. 지난 8월 검찰로부터 징역 4년을 구형받은 그의 형량은 선고 기일 전 대출금을 얼마나 갚느냐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고소인들 역시 차라리 그가 풀려나 빌려준 돈 일부라도 탕감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날 재판에 참석한 고소인 오씨는 다시 그의 처벌을 원했다. 오씨는 “그가 보석 석방된 뒤 단 한 번의 연락이 없었다”며 “합의 내용 어느 것도 이뤄진 게 없다. 여전히 (내가) 대부업체의 독촉전화를 받는 등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강성훈이 일부 피해자와 합의했기 때문에 보석을 허가했는데 그 내용이 제대로 이뤄진 것 같지 않다”며 “합의만 하고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양형을 불리하게 적용시켜 처벌할수 밖에 없다”고 강성훈 측에 경고했다.
강성훈 측은 억울해했다. 고소인 측의 주장이 실제 알려진 것과 많이 다르다는 반박이다. 재판 중 증인이 아닌 한 남성까지 등장했다. 이 남성은 합의를 주도했던 핵심 인물임을 자처했다.
그는 “강성훈이 급했을 때 나 역시 돈을 빌려주고 편취해 대부업 위반 혐의로 고소를 당했던 사람 중 한 명”이라며 “이 장소에 나온 이유는 조금이나마 그 사건을 반성하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5차례 공판에서 강성훈은 빌린 돈의 일부인 7000만원 등 총 2억원을 갚았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피해자가 엄벌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강성훈은 또 “일부 고소인에게 (부당한 이자 요구 등) 협박까지 당한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채무변제사실은 법원 측에 피력하지 못했지만 실제로 강성훈은 지난 2010년 1월부터 10월까지 사채업자 고 모씨로부터 갈취를 당했다. 당시 강성훈은 고씨로부터 6억8200만원을 빌리고 4억2900만원의 이자를 지급했다. 고씨는 이에 따른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2011년 경찰에 불구속 입건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았다.
연예인이라는 점을 악용한 사채업자의 갈취로 120~3650%의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원금 상환이 여의치 않았다는 게 강성훈의 말이었다. 강성훈은 빚 때문에 장기 수술까지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장도 채권자의 사연을 의아하게 여겼다. 오씨가 강성훈에게 왜 명의를 빌려줬는지 여부다. 재판장조차 당최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오씨에게 “본인은 차가 어디 있는지 모르고, 운행은 안 했다는 거지요?”라고 물었더니 그는 오락가락 말을 얼버무렸다. 상식적으로 정상적인 채무 관계가 아니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러나 법의 현실은 냉혹하다. 강성훈의 처벌이 불가피하다. 또한 고소인 측에 따르면 강성훈은 일부 피해자와 합의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거짓된 태도를 보였고, 돈을 빌릴 때도 다른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팔았다. 고소인에게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협박을 하기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양측의 진술이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새로운 인물까지 끼어들면서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갈 모양새다. 재판부는 “사건을 마냥 계속 끌고 갈 수 없다”며 “시간을 무한으로 줄 수 없기에 피고인은 이른 시일 내에 고소인과 합의하라”고 권고했다. 재판부는 더불어 강성훈 측의 새 증인 채택도 거부했다.
강성훈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법정을 빠져나갔다. 그에 대한 다음 공판은 12월 12일 오전 11시 30분 같은 법정에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