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환 울산 현대 감독 "김신욱 없는 울산 두고 보라"

  • 등록 2016-02-04 오전 11:46:35

    수정 2016-02-04 오전 11:46:35

윤정환 울산 현대 감독. 사진=프로축구연맹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아쉬워 할 겨를은 없습니다. 최선을 다 해야죠.”

윤정환 울산 현대 감독(43)은 차분했다.

2016년 새 시즌 준비에 한창이던 울산은 2차 동계 전지훈련 일정을 이틀 앞두고 최대 변수를 만났다. 지난 2009년부터 쭉 활약해온 간판 공격수 김신욱(28)이 전북 현대로 이적한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4주간 군사훈련을 앞두고 올 시즌도 울산과 함께 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던 그였기에 충격이 컸다.

김신욱은 새로운 도전을 원했고 울산도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신욱은 2일 울산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단에 작별 인사를 하고 팀을 떠났다. 일본 가고시마현 이부스키에 펼쳐진 울산의 2차 동계 전지훈련 캠프에 김신욱의 이름 석 자는 지워졌다.

사실 김신욱과의 이별은 지난해 초부터 예견돼 왔다. 201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에 이어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출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등을 이룬 김신욱은 ‘도전’을 갈망했다. 울산에선 더 이상 이룰 게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초점은 유럽으로 맞춰졌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지난해 7월에 이어 올 초에도 노크한 유럽 무대는 반응이 없었다. 중국, 중동에서 30억원이 넘는 거액을 제시하며 구애에 나섰지만 김신욱이 마다했다.

이런 와중에 A대표팀에서 김신욱과 호흡을 맞췄던 ‘절대 1강’ 전북이 손을 뻗쳤다. 김신욱의 아버지를 직접 만나 마음을 돌려 세웠다. ‘새로운 동기부여’를 갈망했던 김신욱의 뜻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윤 감독은 ‘아름다운 이별’을 택하기로 했다.

“그동안 김신욱이 팀에 큰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팀 색깔이 그에게 맞춰졌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울산=김신욱’ 공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를 할 때도 됐다.”

윤정환 감독은 “(김)신욱이가 새로운 도전을 잘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적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서운함은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신욱을 떠나 보낸 울산은 과연 어느 곳을 바라보고 있을까. 언제나 그렇듯 ‘정상’이다. 30년 넘는 한국 프로축구사와 함께 해온 울산은 ‘명가’, ‘만년 우승후보’로 불리는 팀이다. 롤러코스터 같은 2015년을 보낸 뒤 내건 기치는 ‘명가 재건’이다.

올해 울산은 김신욱, 김승규(26·고베)라는 공수의 핵이 빠졌지만 ‘슈틸리케호 황태자’ 이정협(25)을 비롯해 서정진(27) 김인성(27) 서명원(21) 이기제(25) 등 알짜배기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지난해 후반기 맹활약한 이명재(23) 김승준(22)도 태국 치앙마이에서 진행된 1차 동계 전지훈련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고교 시절부터 ‘대어’로 꼽혔던 신인 공격수 김민규(23)는 ‘새 울산 구축’을 준비하는 윤 감독이 숨겨두고 있는 ‘히든카드’다.

윤 감독은 “겉으로 보기에는 김신욱의 빈 자리가 커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 포지션이 비슷한 기량을 갖춘 선수들로 채워진 경쟁 구도”라면서 “태국에서 힘들게 훈련을 실시했음에도 선수들이 잘 따라와줬고 분위기도 기대 이상으로 좋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조직적으로 끈끈해진 느낌”이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우리가 잘 준비한다면 분명 지난해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화는 숙명이다. 새로운 길을 찾아야 답이 보인다. 시즌 최종 준비에 돌입한 ‘푸른 호랑이’ 울산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매섭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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