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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실로 향하는 그는 잔뜩 흥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설렘이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풀이 죽은 얼굴로 감독실을 나와야 했다.
이유를 물으니 그는 또 한 번 열변을 토했다. “내가요, 이번에 대표팀하고 대회를 해보고 정말 깜짝 놀랄 선수를 발견했어요. 외야 보는데 밀고 당기고 완전 자유자재로 하더라구요. 발은 또 얼마나 빠른지 우중간 갈랐다 싶으면 3루까지 자동이에요. 수비가 조금 모자란데 우리 감독님이 만지면 금방 될 것 같아서 꼭 데려오자고 했거든요…”
간단히 정리하면 국제 대회에서도 통할 만한 (흙속의)진주를 발견해 김성근 감독에게 트레이드를 제안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대목부터 이 감독은 다시 목소리가 낮아졌다.
“감독님도 누군지 알고 계시더라구요. 근데 단칼에 거절하시네요. 아니, 포기하라고 하시더라구요. 삼성이 절대 줄리 없다고. 아∼ 진짜 우리 팀 선수라면 좋을텐데….”
이후 기자가 한국에 들어와 그 선수에 대해 다른 구단에 물어보니 이미 퓨쳐스리그선 유명한 선수였다. 실제 그 선수에 대한 트레이드를 시도한 팀들도 있었다. 하지만 씨도 안 먹히는 소리라고 했다. 그의 소속팀 삼성이 아예 카드를 맞춰볼 생각도 안하더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제 나이가 22살에 불과하다. 1군에서 한 경기도 안 뛰고 상무에 입대해 이미 병역을 해결했다. 앞으로 뻗어나갈 일만 남아있는 셈이다.
그런 구자욱의 존재는 삼성의 압도적 존재감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유망주를 보는 빼어난 눈, 그리고 그런 선수들의 병역 문제까지 고려해 순서를 배치하는 치밀함, 여기에 삼성 야구의 무서움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또한 끊임없이 유망주들이 나오고, 그 선수들에게 알맞은 기회를 제공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드는 류중일 감독의 리더십까지 더해져 그 위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박해민도 자신의 자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그의 뒤엔 구자욱이라는 존재가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해민 뿐 아니다. 최형우와 박한이라고 마음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팀 입장에서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포메이션이다.
금강불괴 수준이던 최형우도 아플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지난 시즌이다. 박한이가 늘 같은 모습을 보여줄거라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박한이는 이미 충부히 제 몫을 다했다.
만에 하나 둘 중 하나의 구멍이 생기더라도 삼성은 그 자리를 메울 대안을 또 갖고 있는 셈이다.
보통 유망주들은 트레이드 논의 때 한 번쯤은 이름이 오르내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것도 ‘어지간한 수준’일 때 이야기다. 아예 예외로 빠져 있는 선수들은 한 번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구자욱, 그리고 삼성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