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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국과 일본의 야구 레전드들이 오랜만에 선수로 돌아와 그라운드를 누볐다. 영하에 가까운 쌀쌀한 날씨도 레전드들의 승부욕 앞에선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은퇴선수들의 경기인 만큼 설렁설렁한 친선경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경기 전에는 ‘아파서 못 뛰겠다’고 엄살을 부렸던 레전드들은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자신의 명예를 걸고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펼쳤다.
경기 전 “연습도 제대로 못 했다”고 죽는소리를 했던 한국 선발투수 송진우(한화 코치)는 1회부터 130km가 넘는 강속구를 전력투구했다. 1번타자 유격수로 선발출전한 이종범은 1회 안타를 치고 나간 뒤 도루까지 성공하는 투지를 불태웠다.
‘양신’ 양준혁(SBS해설위원)도 안타와 볼넷을 뽑는가 하면 타격을 할때마다 트레이드마크인 전력질주를 펼쳐 아낌없는 박수를 받았다.
1회에는 송진우를 상대로 이이다 테츠야와 야마자키 다케시가 홈런포를 터뜨리는 기염을 토했다. 충분한 훈련량이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지난 해 50대 이상의 노장들을 대거 내세웠다가 영봉패를 당했던 일본은 이번에 은퇴한 지 1~2년 밖에 안된 선수들을 주축으로 팀을 꾸렸다. 심지어 올시즌을 끝으로 현역생활을 마친 선수도 있었다. 이번에는 한국을 이기겠다는 각오가 확실히 눈에 띄었다.
이대진은 양 팀 투수 가운데 가장 긴 이닝인 3이닝을 책임졌다. 1안타 1볼넷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경기장 안팎에서 ‘당장 현역으로 복귀해도 되겠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이대진 본인도 그런 얘기가 싫지 않은듯한 눈치였다.
경기는 졌지만 승패는 의미가 없었다. 1990년대 ‘한일 슈퍼게임’에서 볼 수 있었던 양국의 야구전설을 다시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비록 나이는 먹고 몸은 말을 듣지 않지만 열정만큼은 여전히 슈퍼스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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