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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 코치가 단순히 멀리 치는 장타자만 키워내는 지도자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는 야구의 다양한 공격 방법에 대해 체계적인 논리를 갖고 있는 많지 않는 지도자 중 하나다.
번트 이론 또한 잘 정리돼 있다. 번트를 잘 대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바로 가장 높은 스트라이크존을 설정하고 그 존에 맞춰 준비자세를 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높은 공, 특히 빠르게 오는 높은 공에 손을 대면 타구가 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장 높은 스트라이크존 맞춰 배트를 대고 있다가 그보다 높이 오는 공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이론이다.
SK는 8회초, 2차전은 물론 시리즈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삼성 막강 불펜을 거의 무너트릴 뻔 했기 때문이다.
0-2로 뒤진 8회초 등판한 정현욱을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두들기며 1점차로 점수차를 줄였다.
계속된 무사 1,2루. 투수는 오승환으로 바뀌었고 SK 벤치에선 번트 작전이 나왔다. 타자는 안치용.
그러나 안치용의 번트는 포수 머리 위로 뜨고 말았다. 오승환이 던진 공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높은 공이었다. 물론 2루에 있는 주자를 3루로 보내는 건 타자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오승환 처럼 묵직한 공을 던지는 투수를 상대할 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높은 공에 대한 대비가 좀 더 차분했다면...'이란 아쉬움은 짙게 남았다.
*주(注) : 결과론과 가정(if)은 결과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결과만 놓고 따져보면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과론은 야구를 즐기 는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모두 감독이 되어 경기를 복기(復棋) 할 수 있는 것은 야구의 숨은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만약애(晩略哀)는 치열한 승부 뒤에 남는 여운을 즐길 수 있는 장이 됐으면 합니다.
만약애(晩略哀)는 '뒤늦게 둘러보며 느낀 슬픔'이란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