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애의 씨네룩]돈으로 본 탐욕..흥미로운 경제영화

씨네LOOK '돈'
  • 등록 2019-03-13 오후 2:41:23

    수정 2019-03-13 오후 2:41:23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나는 부자가 되고 싶었다”

신입 주식 브로커 일현(류준열 분)은 부자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돈의 메카’ 여의도(증권사)에 입성한다. 의욕에 차 있던 것도 잠시 실적 제로에 고객의 주문을 착각해 회사에 손실을 입히기까지. 일현은 해고 직전의 상태에 놓인다. 그런 그를 관심있게 지켜보던 선임(김민재 분)이 그에게 “지금 네가 받고 있는 수수료에서 1000배 정도 벌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하면 뭐든지 할 수 있겠냐”며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일현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거액의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 분)를 만난다.

‘돈’은 “나는 부자가 되고 싶었다”는 주인공 일현을 내세워 평범하고 현실적인 욕망을 건드린다. 돈은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고, 없는 자는 당연히 갖고 싶고 가진 자는 어쩌면 더 갖고 싶은 대상이다. 돈도 없고 ‘빽’도 없는, 믿을 것은 오직 자신뿐인 일현은 현실 속 수많은 보통 사람의 모습을 닮았다. 일현이 합법과 불법을 아슬아슬하게 줄타는 ‘선택’을 계기로 큰돈을 얻는데, 영화는 그 과정을 통해서 인간의 탐욕을 들여다본다. 막연히 부자를 꿈꿨던 일현의 소유욕은 큰돈을 손을 쥐게 되자 과시욕으로 변질된다. 돈에 휘둘리고 주변에 상처 주고, 일탈도 서슴지 않는다. ‘돈’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대한 좌절, 그리하여 이어지는 선택과 성공, 탐욕의 변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린다. 그러면서 일현에 자신을 대입해 지켜보는 이들에게 돈과 성공의 의미를 곱씹게 만든다. 이와 함께 일현을 향해 감시망을 좁혀오는 금융감독원의 추적이 재미를 더한다.

‘돈’은 돈을 소재로 한 경제 영화라는 점에서 바로 앞선 흥행작 ‘국가부도의 날’과 비교된다. ‘국가부도의 날’이 국가의 운명을 쥔 돈에 관한 진지한 드라마였다면 ‘돈’은 개인의 인생을 건 돈에 관한 흥미로운 범죄물이다. 영화는 캐릭터의 매력도 돋보인다. 류준열은 자연스럽게 극을 이끌고 유지태와 조우진은 부추기고 감시하는 역할로 번갈아 가면서 ‘쪼는 재미’를 준다. 류준열은 전작에 이어 ‘돈’에서도 편안한 연기로 보는 이들을 이질감 없이 캐릭터를 받아들이게 했다. ‘국가부도의 날’에서 재정국 차관 역으로 악의 편에 섰던 조우진은 ‘돈’에서는 금융감독원 직원으로 선의 편에서 주인공을 압박한다. 각 캐릭터의 차이를 음미하는 맛이 있다. 주식 관련 용어가 많지만 주식을 몰라도 무리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다.

“‘국가부도의 날’의 바통을 이을 만한, 그렇지만 더 오락적인 경제영화”★★★(★ 5개 만점, ☆ 반점)

러닝타임 115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3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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