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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디부아르는 25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탈레자 카스텔랑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그리스에 1-2로 패했다. 이로써 1승2패 승점 3점에 머문 코트디부아르는 콜롬비아(3승 승점 6점)와 그리스(1승1무1패 승점 4점)가 16강에 진출하는 모습을 바라만 봐야 했다.
코트디부아르는 경기 종료 직전까지 그리스와 1-1로 비기고 있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16강 티켓의 주인공은 코트디부아르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에 그리스가 페널티킥을 얻으면서 두 팀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그리스로선 짜릿한 역전드라마인 반면 코트디부아르 입장에선 끔찍한 악몽이었다.
문제는 그리스의 페널티킥이 오심에 가깝다는 점이다. 주심은 그리스 공격수 요르기오스 사마라스(셀틱)가 페널티구역 안에서 코트디부아르의 조바니 시오(FC바젤)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고 판정했다.
하지만 TV속 느린 화면을 보면 시오가 사마라스를 걸어 넘어뜨렸다기 보다는 사마라스가 오히려 먼저 자리잡은 시오의 발에 걸려 넘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보기에 따라선 사마라스의 고의적인 다이빙으로도 판단할 수 있다.
사실 코트디부아르는 이번 대회에서 아픔이 많았다. 수비수 콜로 투레(리버풀)와 야야 투레(맨체스터 시티)의 동생인 이브라힘이 암투병 도중 지난 20일 콜롬비아전을 마친 직후 세상을 떠났다. 투레 형제는 슬픔을 가슴에 품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하늘에 있는 동생에게 승리를 선물하지 못했다. 코트디부아르 대표팀은 이브라힘을 추모하고 투레 형제를 위로하기 위해 이날 팔에 검은 완장을 차고 경기했다.
설상가상으로 코트디부아르는 현재 대형 홍수로 국가적인 시련을 겪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명과 재산피해를 겪고 있다. 그런 아픔속에서 축구대표팀은 온 국민들의 희망이기도 했다. 하지만 억룰한 패배를 당하면서 더 큰 슬픔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코트디부아르의 국민적 영웅이자 정신적 지주 디디에 드록바(갈라타사라이)도 아쉬움이 크다.
당시 코트디부아르는 2002년부터 계속된 남부 정부군과 북부 반군의 내전으로 나라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었다. 하지만 축구영웅의 눈물 어린 호소 앞에서 내전은 중단됐고 2년 뒤에는 아예 종식됐다. 그만큼 드록바가 코트디부아르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검은 예수’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드록바는 2006년 독일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16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두 번 모두 ‘죽음의 조’에 걸리면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번 월드컵은 드록바가 처음으로 16강 무대를 밟을 절호의 기회였다.
이미 36살인 드록바에게 브라질월드컵은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다. 이번 만큼은 반드시 16강의 꿈을 이루고자 했다. 부상을 안고 있었지만 투혼을 발휘해 3경기 모두 출전했다. 마지막 그리스전에선 처음으로 스타팅멤버로 나섰다. 하지만 월드컵의 신은 끝내 드록바를 선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