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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중근은 28일 잠실구장 VIP실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두 번 정도 수술을 했고 재기를 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재기가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며 “스스로 더 버티는 거 보다는 엔트리 하나라도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은퇴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LG에서 13년 동안 뛰었다. 길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인데 레전드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상훈, 이병규 선배님과 함께 내 이름을 거론해준 팬들에게 감사한다”며 “팬들이 힘든 시기에 많은 도움을 줬다. 팔꿈치, 어깨를 LG 해 많이 썼다. 그걸 팬들이 알아주는 것에 대해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
봉중근은 1997년 신일고 재학 중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입단한 뒤 2007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LG에서 12시즌 동안 선발과 마무라를 오가며 321경기에 등판, 899⅓이닝을 던졌다. 통산 성적은 55승46패 2홀드 109세이브 평균자책점 3.41을 기록했다.
국가대표로도 경력이 화려했다. 봉중근은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진출을 이끈데 이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WBC 준우승에도 크게 기여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에도 힘을 보탰다.
특히 숙적 일본과의 경기에서 유독 잘 던져 승리를 이끌어내면서 ‘봉의사’, ‘봉열사’ 등의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봉중근은 부상 때문에 늘 고생했다. 2014년 신시내티 시절 왼쪽 어깨 수술을 시작으로 2011년에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존서저리), 2017년에는 다시 왼쪽 어깨수술을 받았다.
앞선 두 번의 수술은 재기에 성공했지만 마지막 수술을 받은 뒤에는 끝내 다시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다음은 봉중근의 은퇴 기자회견 일문일답. ①편에서 계속.
▲많은 집중을 받고 2007년 LG에 입단했다. 첫 시즌 선발로 시작했고 힘들 것이라 예상했다. 한국 타자들이 너무 정교했고 선구안이 좋았다, 첫해 힘들었다. 미국에서 했던 것을 모든 것을 버리고 마무리캠프에 가서 한국 스타일로 운동을 했다. 코치님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특히 김정민 코치가 가장 기억이 남는다. 내 피칭을 받아주면서 한국 타자들 분석에 큰 도움을 줬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엘지에서 에이스라 불렸던 자랑스러운 3년이었다.
-‘봉크라이’ 별명도 있었는데.
▲관심 받는 것 자체가 기쁜 것이다. 좋은 별명이든 나쁜 별명이든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봉미미’라는 별명도 아직 듣고 있지만 여전히 기쁘다. ‘봉크라이’, ‘윌슨’도 마찬가지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30년 야구하다 보니 든다. 별명이 있어 고마웠다. 승수 못 챙겨 혼도 났지만 팬들 덕분에 행복했다.
-가장 맘에 드는 별명은?
▲봉의사다. 야구하면서 뿌듯한 별명이다, 한 직업을 30년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버틴 것도 고마운데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이 지어준 별명이라 대대로 이어질 자랑이라 생각한다
-LG의 암흑기 시대에 에이스로 활약했다. 어떻게 멘탈 관리했나.
-후배 투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전화 통화를 오늘도 많이 했다. 투수들과 밥을 먹은 적도 있다. 미안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정)찬헌이가 블론세이브하고 졌을 때 내게 전화해 미안하다고 한다. 그때마다 나는 “어떤 투수도 블론세이브는 한다. 신경쓰지 않고 이겨내면 된다.”고 말해준다. 찬헌이는 심장이 탄탄하다. 표정도 없다. 지금도 힘든 시기가 왔지민 엘지에서 최다 세이브를 할 선수로 기대한다. (진)해수 등 다른 후배들에게도 미안하다. 2년 동안 도움을 주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류현진과도 친한데. 무슨 얘기를 주고받았나.
▲현진이가 ‘더 던져’라고 하더라. 며칠 전 통화했는데 처음에 안 믿더라. 수술과 재활 과정 얘기 많이 했다. 현진이가 “참고 던질만하면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해줬다. “참을 수 없을 만큼 아프다”고 답하니까 현진이가 슬퍼했다. “미국 와”라고도 얘기했다. 아쉬움에 대한 마음이 컸다. “한 타자라도 던져라”고 해서 눈물이 났다. 되게 고마웠고 선후배를 떠나서 진심을 다해 얘기해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순위 싸움을 펼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처음에는 은퇴식이 부담됐다. 은퇴 얘기는 꺼냈지만 은퇴식은 내년에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팀이 힘든 상황인데 어제 이겨서 TV보고 박수 쳤다. 도움 못 주는 선배로서 팀 집중하는데 방해하는 것 아닌가 걱정했다. 고비는 한 시즌 치르다 보면 많이 온다. 144경기 치르다 보면 40~50%는 진다. 패배에 너무 얽매이고 힘들어하는 선수들이 많다. 지다 보면 이기는 경기도 나온다. 이기는 경기서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맞을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지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LG는 레전드 선배님들이 많다. 선수로서 자랑스럽고 존경했던 선배들이다, 엘지에서 13년 길면 길다고 할 수 있는데 레전드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상훈, 이병규 선배님 거론하면서 내 이름 거론해준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팬들이 힘든 시기에 많이 도와줬다. 팔꿈치, 어깨를 엘지 위해 많이 썼다. 팬들이 그걸 알아줬다는 것에 대해 여한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