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와 친형이 밝힌 쌉싸래한 美 유학기

  • 등록 2009-06-09 오후 4:45:21

    수정 2009-06-09 오후 5:17:41

▲ 가수 타블로와 친형 데이브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두 형제의 대화는 거침이 없었다. 가수 타블로(본명 이선웅, 29)와 친형 데이브(본명 이선민, 37)는 외모는 물론 생각의 자유로움과 유머도 닮아있었다. 형제가 처음으로 함께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라 "긴장된다"고 입을 모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자 두 사람은 격의 없이 미국 생활에 대한 희비와 사적인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주고 받는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두 사람간 여덟 살이란 나이차는 찾아볼 수 없었다.

타블로와 데이브를 9일 오후 서울 우면동 EBS 제3스튜디오에서 만났다. 타블로가 친형이 지난 3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EBS '스타 잉글리시'에 게스트로 출연했기 때문. 타블로는 녹화 전 취재진과 만나 "형이 워낙 희한한 사람이라 방송에서 무슨 말을 할지 걱정된다"고 눙을 쳤지만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지난 이민 생활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타블로와 데이브는 지난 1988년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당시 타블로의 나이가 여덟, 친 형의 나이가 열여섯이었다.

"타블로는 어려서 그런지 캐나다로 온지 며칠 안돼 앞 집 독일 아이랑도 사귀더라구요. 또 방학이 돼서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집으로 와보면 타블로가 깡통을 모으고 있더라구요. 캔 하나에 15센트라 돈 모아야 된다고. 그래서 나중에 부자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죠."(데이브)

이를 듣고 있던 타블로는 어린 시절 웃지못할 아르바이트 경험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지금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어렸을 때는 신문 배달이 그렇게 하고 싶더라구요. 그런데 워낙 신문을 돌려야 할 곳이 넓으니 힘들었어요. 또 한 번은 비가 오는 날 신문을 돌리는데 화장실이 너무 급해 눈에 띄는 집에 가서 '화장실 좀 쓰겠다'고 문 두드리니 동양 아이가 비 맞고 있어서 그런지 안들여 보내 주더라구요. 그래서 신문 돌리고 집에 가는 도중 바지에 실례를 한 적도 있죠. 그 때 얼마나 울었던지..."(타블로)

▲ 가수 타블로와 친형인 데이브


두 사람의 좌충우돌 미국 유학 시절 후일담은 공부 방법으로 이어졌다. 타블로는 유학 당시 데이브의 학습법을 '희극과 비극의 사이'라고 표현했다.

"형 같은 경우는 이민갔을 때 대학교 준비할 시간이 촉박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영어 사전을 다 외우는 식으로 공부했죠. 그런데 형이 그렇게 공부해서 그런지 언젠가 부터는 정신이 조금 이상해지는 거에요. 몽유병 같은 것도 있었고 갑자기 안방으로 들어와 벨소리도 울리지 않은 전화를 들고 대화를 하고. 그래서 사람이 공부를 너무 많이 하면 저렇게 되는구나를 그 때 알게 됐어요. 그것 보고 난 공부 안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그래서 실제로 고 2때까지는 공부를 안했다니까요."(타블로)

하지만 타블로의 형에 대한 믿음은 컸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 초반, IMF가 닥쳐 타블로의 유학 생활에 문제가 생겼을 때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주 역할을 해 준 사람이 데이브였기 때문이다. 타블로는 당시를 회상하며 "형은 제2의 아버지 같은 사람"이라며 속깊은 믿음을 나타냈다.

"형은 대학교 다닐 때 제 학비도 도와줬워요. 형 아니었으면 아마 대학도 중도에 그만 뒀을거에요. 용돈도 많이 보내주고 저를 아버지처럼 돌봐줬죠."(타블로)

데이브는 당시 컬럼비아대학 대학원 국제금융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월가에서 증권회사 트레이더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데이브는 지난 2003년 귀국해 지난해까지 어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다 최근에는 인터넷 영어 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

데이브는 이에 "당시가 IMF라 부모님이 학비를 부치시기 어려웠다. 당시 제가 돈을 벌고 있어 용돈을 보내줬던 것"이라며 "그런데 가끔 타블로와 전화 통화를 하면 샇인 것도 많고 힘들어 보였다"고 힘들었던 타블로의 유학 생활을 전했다.

타블로는 당시 '인종차별'로 인해 유학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첫 날 학교에 갔을 때는 다른 아이들이 타블로를 나무에 묶어 놓고 때리기도 했다. 동양인으로 들을 수 있는 치욕스러운 별명들은 혹처럼 따라 다녔다. 한국에 와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미국으로 가서 대학교를 갔을때도 상황은 크게 좋아지지 않았다. 예전처럼 인종차별을 대놓고 하지는 않지만 현지인들의 뇌리깊은 곳에 아직까지 동양인은 '이방인'일 뿐이었다.

"대학교도 차별이 있더라구요. 미국의 이민법 관련한 레포트를 썼는데 성적이 C가 나왔더군요. 그래서 왜 이런 성적이 나왔는지 교수에게 물어보니 자신이랑 생각이 달라 공감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어요. 저는 미국 이민법 속 인종차별에 대해 비판히는 내용으로 레포트를 썼거든요. 그런데 그 교수는 '우리는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다'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하는거에요. 그래서 교수에게 끝까지 따져 결국 A를 받아냈죠." (타블로)

데이브는 이런 동생이 한국의 인기 힙합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하게 있다는 것이 대견할 뿐이다. 옛날부터 특이하다고 생각하고 가끔 '너 왜그러냐?'고 혼냈던 동생이 이제는 자신의 하고 싶은 힙합 음악에 대한 외길 인생을 주저없이 밟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나와서 힙합 그룹만든다고 하길래 처음에는 농담하는 것처럼 흘려들었어요. 망하면 정신 차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잘 풀리는 것 같아 놀라기도 했죠.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걸보니 형으로서 보기 좋네요."
 
(사진=E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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