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데뷔한 여자친구는 지난 6년여 동안 왕성하게 활동을 펼치며 K팝 걸그룹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특히 중소 기획사가 제작한 걸그룹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성공을 이뤄낸 팀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수많은 청순 콘셉트 걸그룹 중 한 팀이었던 여자친구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2015년 7월 발매한 두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오늘부터 우리는’(Me Gustas Tu)으로 활동을 펼칠 때쯤이다. 당시 멤버 유주가 한 라디오 공개 방송에서 빗물에 연거푸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무대를 소화하는 모습이 담긴 직캠 영상이 온라상에서 화제를 뿌리면서 여자친구를 향한 뜨거운 관심이 이어졌다. 여자친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중소 기획사 아이돌로 호감을 샀다.
청순한 이미지를 앞세우면서도 힘 있는 ‘칼군무’를 선보여 얻게 된 ‘파워 청순’ 수식어로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해놓았던 점과 데뷔 때부터 호흡한 프로듀싱팀 이기용배와 뿜어내는 시너지가 절정에 오른 상태였던 점 등도 주효했다.
‘유리구슬’-‘오늘부터 우리는’-‘시간을 달려서’ 등 데뷔 이후 연이어 발표한 3곡을 ‘학교 3부작’이라는 시리즈로 묶은 기획력도 성공 포인트였다. 음악과 퍼포먼스에 성장 서사를 더해 듣고 보는 재미를 높이면서 중소 기획사 걸그룹의 콘텐츠는 질이 낮을 것이라는 편견을 깼다.
큰 변화가 찾아온 건 지난해다. 소속사 쏘스뮤직이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하이브의 레이블이 되면서 비주얼과 음악 스타일이 확 달라진 거다. 여자친구는 하이브 색채가 진하게 묻어난 세계관을 입힌 ‘회’(回) 시리즈를 통해 총 3장의 미니앨범을 내고 또 한 번의 성장을 노렸다. 호불호가 갈렸던 것도 사실이지만, 팀의 롱런을 위해선 필요한 과정이었다는 평가다.
다음은 멤버들이 지난 19일 남겼던 자필편지 내용의 일부다.
“공식적인 여자친구는 마무리되지만 우리는 끝이 아니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줘요. 가보지 못한 길이 조금은 걱정되긴 하지만 늘 응원해주는 ‘버디’(팬덤명)를 생각하며 열심히 나아가보겠습니다.” (소원)
“‘버디’들이 있었기에 지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같습니다. 앞으로 이 시간을 잊지 않고 노력하면서 살겠습니다.” (예린)
“아름답고 행복한 6년이었어요.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던 저는 앞으로도 노래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고 해요. 여러분들과의 애정어린 추억들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은하)
“그동안의 활동, 팬분들의 사랑 모두 영원히 잊지 않고 감사한 마음들을 추억하고 간직하며 앞으로 각자의 활동으로 조금씩 보답하겠습니다.” (신비)
“많은 게 낯설어질 시간들에 앞으로 차차 적응해가야 한다는 게 조금은 겁이 나기도 하지만 지켜봐주시는 모든 분들을 위해서라도 씩씩하고 멋지게 나아가보려고 합니다.” (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