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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재는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라마다서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5년간의 프로선수 인생을 마감한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소속팀 전남으로부터 재계약 불가 방침을 통보받은 뒤 선수 생활 지속과 은퇴 사이에서 고민한 끝에 좋은 모습으로 떠나는 게 좋다고 판단해 은퇴를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1996년 수원 삼성에서 데뷔한 이운재는 지난해 전남으로 둥지를 옮겨 두 시즌 동안 67경기를 뛰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K리그 통산 410경기에 출장해 425실점을 기록했다. 2008년에는 골키퍼로선 처음으로 K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대표선수로서도 엄청난 발자취를 남겼다. A매치에 무려 132경기 출전해 114실점(경기당 0.86실점)을 기록했다. 한국 선수 중 홍명보(43) 전 올림픽 대표팀 감독(136경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태극마크를 달았고 골키퍼로서 유일하게 센추리클럽에 가입했다.
이날 은퇴식에는 이운재의 가족은 물론 수원의 골키퍼 직속 후배이자 대표팀 골키퍼 계보를 잇는 정성룡이 직접 방문해 꽃다발을 전달하기도 했다. 또한 대표팀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홍명보 전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 최용수 FC서울 감독, 안정환 K리그 명예 홍보팀장 등도 영상을 통해 격려의 말을 전했다.
이운재는 은퇴사를 읽는 동안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애써 눈물을 참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끝까지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이운재는 “은퇴를 결심하고 집에서 일주일 동안 울었다. 하지만 은퇴식에선 울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내 결정에 대해 후회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울고 싶지 않았다. 지금 열심히 참고 있다”고 말했다.
은퇴 기자회견에서 이운재는 “또 다른 시작을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축구선수 이운재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을 위해 선수로서의 마지막 인사를 드리려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늘날 자신을 있게 해준 2002한일월드컵에 대한 기억도 떠올렸다. 이운재는 “월드컵을 네 번이나 밟았지만 성공의 맛을 본 것은 2002 한일월드컵이다. 그때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죽기 살기로 해보고 이게 아니면 대표팀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 마음으로 도전하다 보니 기회가 왔고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회상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운재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분명한 것은 축구로 사랑받았기 때문에 운동장에 꼭 다시 설 것이라는 점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서 제기된 수원 코치 내정설에 대해선 “수원 구단과 전혀 접촉이 없었다”며 사실이 아님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