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부뇨드코르전 해법은 '다양성'

  • 등록 2009-09-22 오후 5:01:48

    수정 2009-09-22 오후 5:01:48

▲ 부뇨드코르 미드필더 히바우두(오른쪽 위)와 포항 공격수 데닐손


[이데일리 SPN 송지훈기자] AFC챔피언스리그에 참가 중인 포항스틸러스(감독 세르지오 파리아스)가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이 이끄는 우즈베키스탄의 강호 부뇨드코르와 4강 진출권을 놓고 자존심 대결을 벌인다.
 
포항은 23일(한국시각) 오후9시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 위치한 JAR스타디움에서 부뇨드코르와 8강 1차전을 갖고 자웅을 겨룬다. 
 
최근 열린 피스컵코리아 2009 결승 2차전에서 부산아이파크를 5-1로 대파하며 종합전적 1승1무로 정상에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는 포항이지만, 맞대결 결과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부뇨드코르가 아시아 정상 정복을 목표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만만찮은 스쿼드를 구축한 까닭이다.
 
포항의 입장에서는 원정에서 맞대결을 벌이는 만큼 시차, 낯선 환경,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등 여러모로 불리한 점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되나 일찌감치 겁 먹을 필요는 없다. 포항과 부뇨드코르 공히 국제대회 출전 경험이 부족한 데다 처음 상대하는 팀들인 만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상대에 대해서는 많이 알수록, 스스로에 대해서는 최대한 감출수록 유리하다.    
 
◇부뇨드코르는 어떤 팀
부뇨드코르는 2005년 7월6일 창단해 올해로 4년차에 접어드는 신생구단이다. 하지만 역사가 일천하다는 이유만으로 내공을 얕봤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이스마일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딸이자 억만장자인 굴나라 카리모바가 실질적인 구단주 역할을 행사하며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는 까닭이다.
 
씀씀이만 보자면 '아시아를 대표하는 부자구단'으로 설명하기에 손색이 없다. 6월 펠리페 스콜라리 전 첼시 감독을 사령탑으로 모셔오며 1200만파운드(240억원)의 천문학적인 연봉을 지급키로 한 것이 좋은 예다. 왕년의 스타플레이어 히바우두를 데려오기 위해 450만파운드(90억원)의 연봉을 제의한 것 또한 씀씀이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느끼게 한다. 지난해 AFC 올해의 선수에 빛나는 세르베르 제파로프를 포함해 우즈베키스탄 국가대표 멤버도 6명이나 뛰고 있다.
 
과감한 투자가 실효를 거두면서 성적 또한 상종가를 치고 있다. 올 시즌 자국리그서 치른 23경기서 부뇨드코르는 전승을 거두며 승점 69점을 쌓아올렸다. 이 과정에서 71골을 성공시켰고 실점은 9골에 그쳐 '많이 넣고 적게 잃는' 축구를 했다. 적어도 자국리그에서만큼은 '최강자'라는 수식어에 모자람 없는 활약을 펼쳐온 셈이다.
 
◇강하지만 단조롭다
하지만 부뇨드코르가 공략하기 힘든 철옹성인 것은 아니다. AFC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부뇨드코르는 에티파크(사우디아라비아), 세파한(이란), 알 샤밥(아랍에미리트) 등과 함께 본선 D조에 속해 2승2무2패(5골9실점)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이는 자국리그에서의 위력이 아시아 강호들과의 맞대결에서는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원인은 여러가지로 분석되는데, 히바우두에 대한 공격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데서 오는 문제점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공격전술이 대부분 히바우두를 거쳐 구현되다보니 파괴력은 있지만 지나치게 단조로워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의미다. 8강 1차전을 앞두고 현지에서 부뇨드코르의 경기를 지켜본 포항 관계자가 '충분히 해볼 만 한 상대'라는 평가를 내린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다양성을 살려라
포항의 강점으로는 다채로운 전술 시스템이 첫 번째로 꼽힌다. 눈에 띄는 스타플레이어가 없으면서도 강자로서의 면모를 유지해가는 비결이다. 상대팀의 특성과 경기 상황, 출전 선수 구성 등에 따라 천변만화하는 파리아스 감독의 전술은 K리그 사령탑들 중 최고 수준으로 손꼽힌다.
 
뿐만 아니라 올 시즌 AFC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를 통해 국제무대에서의 검증도 마쳤다. 포항은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 텐진 테다(중국), 센트럴코스트 마리너스(호주) 등 쟁쟁한 클럽과 한조에 속해 무패(3승3무),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16강전에서는 뉴캐슬 제츠(호주)를 6-0으로 대파하며 신바람을 냈다.
 
AFC와 부뇨드코르는 브라질 용병 데닐손(FW)을 키 플레이어로 보고 있지만, 실상 포항 전술의 '구심점'을 집어내기는 쉽지 않다. 명확한 플레이메이커를 두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중심인물을 바꾸는 파리아스 감독 특유의 용병술 덕분이다. 팀 내 최고참 김기동(MF)에서부터 2년차 중고 신인 유창현(FW)에 이르기까지, 수비수 최효진에서부터 공격수 데닐손에 이르기까지 누구든 '전술 핵'으로 나설 수 있는 것이 포항의 강점이다.
 
부뇨드코르를 격파하기 위한 해법 또한 마찬가지다. 포항 특유의 다양성 넘치는 플레이스타일을 최대한 살리면 된다. 특히나 1차전이 원정경기인 만큼 가능한 한 많은 골을 넣는 것이 유리하다. 승점-골득실에 이어 원정다득점을 승패의 기준으로 삼는 AFC 챔스 무대에서는 어웨이골의 가치가 남다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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