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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톱타자로 볼넷보다 2루타에 더 많은 가치를 둔 이유는 있었다. 자신이 발이 빠른 톱타자는 아니라는 것에 있었다. 또한 김강민은 볼을 오래보고 기다리기보단 좋은 공에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두르는 스타일이다. 지난 해 볼넷은 36개로 리그 46위. 톱타자로서 그에게 잘 맞는 옷은 2루타라는 생각이 든 이유였다.
김강민은 “내가 다리가 아주 빠르지는 않기 때문에 2루까지 갈 수 있는 보다 확실한 방법은 2루타를 치는 것이다. 어차피 난 중장거리 타자니까 홈런은 아니더라도 똑딱이는 되고 싶지 않다. 내가 2루까지 가면 다음 타자가 번트를 대고 중심타자가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커진다. 훨씬 수월하게 점수를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1년 전 겨울,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생했던 터다. 그는 단타로 출루해 도루까지 성공시키는 것보다 단박에 2루까지 가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도, 팀을 위해서도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김강민은 많은 2루타를 때려내기 위해선 “코스도 좋아야하지만 타구가 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겨우내 집중 연습한 부분도 그것이다. 그 어느 누구보다 굵은 땀을 흘려왔다.
그렇다고 도루가 없는 것도 아니다. 2010년 최고를 찍었던 23개의 도루 페이스도 넘어설 기세다. 김강민은 단타를 때려낸 경우엔 15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득점권까지 나갔다. 도루 역시 정근우와 함께 리그 6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빠른 발을 자랑하고 있다. 2루타를 친 뒤 3루 도루까지 성공시킨 경우도 있었다.
여기에 타율은 3할2푼1리, 출루율 4할1푼1리, 장타율 5할5푼8리를 기록 중이다. 톱타자로 민병헌(두산)과 함께 리그를 장악하고 있는 중이다.
김강민이 득점권까지 수월하게 가 주니 SK가 점수를 낼 확률도 많았다. 김강민의 2루타를 때려낸 16번의 이닝에서 점수가 나지 않은 건 단 두 번뿐. 13개의 2루타가 타점과 득점에 직접적 연관을 지었고 2루타로만 10득점 9타점을 만들어냈다.
김강민은 그토록 원하던 2루타로 경기를 끝내기까지 했다. 4일 문학 두산전서 9회초까지 끌려가던 경기를 9회말 무사 만루서 터진 싹쓸이 2루타로 단박에 역전시켰다. 경기는 그대로 끝. 16개의 2루타 가운데 가장 값진 한 방이기도 했다.
경기 후 김강민은 “끝내기가 될 줄은 몰랐다. 타구가 강해서 (1루 대주자였던) 김재현이 홈까지 못 갈 줄 알았다. 그래서 역전까지 된 줄은 모르고 있었는데 동료들이 뛰어오더라. 그제서야 알았다”며 웃었다.
그토록 “2루타를 많이 치고 싶다. 2루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던 김강민이 가장 영양가 넘치는 2루타로 경기를 책임진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