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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월드컵 최종예선 A조에서 우즈베키스탄(승점 11점·3승2무1패)에 이어 2위(승점 10점·3승1무1패)를 달리고 있다.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선 이번 레바논전 승리가 필요하다. 이번 고비를 넘기면 남은 2경기는 모두 홈경기다. 본선 진출의 8부 능선을 넘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팀 레바논 보다 열악한 환경이 더 큰 적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은 레바논보다 월등히 앞선다. 2011년 월드컵 3차 예선 원정에서 1-2로 패한 적이 있지만 역대 상대전적에서 9전 7승1무1패로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지난해 열린 레바논과의 홈경기에서도 3-0 완승을 거뒀다.
설상가상으로 레바논은 지난 2월 강타한 승부조작 파문으로 대표팀 주축 멤버 7명이 빠졌다. 3차 예선에서 한국과 상대했던 멤버들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
레바논의 테오 뷔커 감독조차 “가장 중요한 수비수를 포함해 많은 선수를 잃었다”며 “한국을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할 정도였다. 실력은 둘째치고 사기가 이미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현지 정정 불안 탓에 제3국에서 경기를 치르는 방안까지 검토했을 정도다. 결국 원래대로 경기를 갖기로 했지만 경기장 주변은 장갑차와 중화기가 배치되고 수 백 명의 무장군인들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다.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다. 그라운드 사정은 최악이다. 국제대회를 여는 경기장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울퉁불퉁하고 잔디 사정도 말이 아니다. 정교한 패스 플레이를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미 2011년 한 차례 호되게 당한 것이 오히려 적응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이미 최악의 환경을 경험한 적이 있는 만큼 훨씬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동국 원톱 출격...김남일·이명주 ‘신구조화’ 주목
최강희 감독은 이번 레바논전에 이동국(전북)을 최전방 원톱으로 내세운다.
이동국은 경험이 풍부한데다 ‘중동 킬러’라 불릴 정도로 중동 국가를 상대로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레바논의 밀집수비를 뚫고 득점을 올릴 적임자라는 게 최강희 감독의 판단이다. 당초 이동국과 투톱 가능성이 제기됐던 손흥민(함부르크)과 김신욱(울산)은 후반 조커로 기회를 노릴 예정이다.
이동국을 뒷받침할 2선 공격수로는 이근호(상주), 이청용(볼턴), 김보경(카디프시티)이 나선다. 이근호와 이청용이 좌우 날개로 측면 공격을 책임지고 김보경이 섀도 스트라이커 겸 공격형 미드필더로 가운데에 선다.
공수를 연결할 더블 볼란테(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나란히 서는 것)는 3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베테랑 김남일(인천)과 지난해 K리그 신인왕에 오른 이명주(포항)가 책임진다. A매치 97경기를 소화한 베테랑(김남일)과 A매치 데뷔전을 치르는 신예(이명주)가 짝을 이룬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포백라인은 좌우 측면풀백에 김치우(서울)와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센터백에 곽태휘(알샤밥), 정인환(전북)이 출격한다. 대표팀의 고질적인 좌우 풀백 고민을 김치우, 김창수가 해결해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킥 능력이 탁월한 김치우는 세트피스 전담 키커를 맡을 예정이라 어깨가 더 무겁다. 골문은 부동의 수문장 정성룡(수원)이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