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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은 한국인 첫 메이저리거로서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들과 기량을 겨뤄 본 살아 있는 전설. 그가 한국 야구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경기 승.패 다음으로 관심이 모아졌다.
그는 거침이 없었다. 선발 투수로 4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양현종에 대해선 “모두 잘 했다고 보기 어렵다. 실투 된 공을 대만 타자들이 스윙해 주며 위기를 넘어갔다”고 날카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또 한국 프로야구에서 겪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며 후배들이 야구 뿐 아니라 좋은 사회인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도 거듭해서 강조했다.
같은 말을 해도 독하고 날 선 이야기가 더 빠르게 귀에 꽂히는 법이다. 중계가 끝난 뒤 해설위원 박찬호가 선배로서 남긴 이야기들은 기사는 물론 팬들의 각종 커뮤니티서 화제를 불러 모았다.
박찬호 위원은 한국야구의 아시안게임 도전사가 하이라이트로 나오자 “1998년 방콕 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도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역사라고 생각한다. 그때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우리는 좀 더 아시안게임을 진지하게 임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WBC의 실패도 좋은 교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랬다. 도하 참사는 한국 야구사에 매우 아픈 기억이지만 그 때 어이없는 실패는 이후 우리가 아시안게임을 빈틈 없이 준비하는데 큰 힘이 됐다. 이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가 압도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건 상대의 약함도 있지만 한 치의 빈틈도 내줘선 안된다는 강한 의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4일 대만전서 우리 선수들이 일찌감치 몸이 풀리며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매우 가까운 곳에 있는 당연한 사실을 되새김질 했던 덕이었다.
대표팀 한 선수는 “경기 전 전력 분석 미팅에서 김정준 팀장(SBS스포츠 해설위원)님이 ”이겨도 예선, 져도 예선“이라는 말을 했다. 지면 안된다는 부담이 컸지만 져도 다음에 만회할 기회가 남아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다. 또 우리가 크게 이겨도 아직 끝난 것은 아니라는 걸 잊지 않을 수 있었다. 지금 대표팀 분위기는 대만전 전이나 후나 똑같다”고 말했다.
‘늘 같은 마음으로 끝까지…’ 지금까지 한국 대표팀이 순항하고 있는 중요한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