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만, 이날의 3패는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뭔가 어수선하고 탐탁찮은 상황들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류현진에게 ‘모든 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문하기엔 조금 미안했던 것도 사실이다. 경기 전 선발 출장 예정이던 헨리 라미레즈는 갑작스런 어깨 통증 탓에 라인업에서 빠졌다.
맷 켐프는 첫 타석에서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에 항의하다 퇴장 당했다. 일단 덕아웃으로 물러난 뒤에도 분을 참지 못하고 큰 소리를 지르다 당한 퇴장이었기에 더 낯설었다.
가장 아픈 장면은 류현진이 가장 잘 하던 위기 관리 능력이 발휘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결국 류현진 답지 못했던 투구가 패전으로 이어졌다고 돌리는 것이 차라리 맘 편했다.
선두타자 잭 코자트는 중견수 플라이, 푸에토는 1루 땅볼로 솎아냈다.
하지만 2사 후 발 빠른 빌리 해밀턴에게 볼넷을 내준 것이 화근이 됐다. 풀 카운트 승부에서 던진 몸쪽 직구가 살짝 벗어났다는 판정을 받으며 아쉽게 볼넷을 허용했다. 해밀턴은 도루에 성공하며 2사 2루.
다음 타자 토트 프레이저를 상대로도 아쉬운 판정이 나왔다. 또 한 차례 풀 카운트 승부에서 낮게 던진 슬라이더에 다시 한 번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으며 1,2루가 됐다.
이전의 당당했던 류현진은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더 강했다. 위기를 맞았을 때 더 집중하고 더 강력한 공을 던졌다. 류현진이 한국은 물론 메이저리그서도 위용을 뽐낼 수 있는 이유다. 충분히 흔들리고도 남을 상황에서 오히려 더 담담하고 강해지는 모습에 상대는 기가 죽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날의 류현진은 위기 상황에서 조금 평범해지고 말았다.
안되려니 타석에서의 류현진도 썩 좋지 못했다. 첫 타석은 삼진, 두 번째 타석에선 무사 1,2루서 스리 번트로 아웃되고 말았다. 마지막 파울 땐 포수 미트에 먼저 닿았다고 항의해 봤지만 주심은 공이 닿은 뒤 밀리며 미트에 맞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