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 리뷰]앞과 뒤가 다른 '국가대표'

  • 등록 2009-07-31 오후 6:55:06

    수정 2009-07-31 오후 6:55:06

▲ 영화 '국가대표' 포스터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1988년 캐나다에서 열린 제15회 캘거리동계올림픽. 57개 참가국 선수들 중에 눈에 띄는 선수들이 있었다. 겨울과는 거리가 먼 적도인근 자메이카의 봅슬레이 팀 선수들이었다.

이들은 어려운 역경을 딛고 우여곡절 끝에 동계올림픽에 첫 출전을 하게 됐고 캘거리동계올림픽 최고의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봅슬레이 썰매가 고장 났음에도 불구, 썰매를 들고 결승점을 통과해 관중들의 환호를 받았던 것. 이들의 이야기는 1993년 존 터틀타웁 감독의 '쿨러닝'으로 만들어져 전세계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안겼다.

김용화 감독의 신작 '국가대표'(제작 KM컬쳐)는 한국판 ‘쿨러닝’으로 기대를 모은 작품이었다. 자메이카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수들처럼 역경을 딛고 각종 동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국가대표 스키점프 선수들의 실화에서 영화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2009년 현재까지 한국의 스키점프 등록선수는 일곱 명에 불과하다. 이들 중 네 명이 국가대표 스키점프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적은 규모의 선수들이 2003년 제 21회 타르비시오 동계유니버시아드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을 시작으로 몇 차례 동계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했다. 수 만 명의 스키점프 선수들이 등록된 북유럽과 비교했을 때 기적과 다름없는 일이다.

‘미녀는 괴로워’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은 여기에 착안 3년간 기획 끝에 11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국가대표'를 연출했다. 스키점프를 소재로 한 영화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가대표’가 후반 30여분을 남기고 보여주는 나가노 올림픽 스키점프 경기장면은 현 시점의 한국 상업영화에서 ‘국가대표’급 장면들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하정우와 김동욱 등 ‘국가대표’의 주연배우들이 시속 120km로 슬로프를 내려와 100m가 넘는 거리를 비상한 뒤 착지하는 장면들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 영화 '국가대표'의 한 장면


김 감독은 이를 위해 열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가동, 선수들이 점프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최대한 다양한 각도에서 잡아냈다. 스포츠 경기 중계에 주로 사용되는 장비인 캠캣도 가져와 스키점프를 하는 선수들과 함께 시속 100km의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촬영을 감행했다. 이러한 노력과 도전이 ‘국가대표’의 후반부를 장식했고 지금껏 한국에서 만들어진 영화 중 가장 높은 완성도를 지닌 경기장면을 선사한다.

그래서 ‘국가대표’는 더 아쉬움을 남기는 영화가 됐다. 스키점프 장면이 부각되는 후반부로 넘어오기까지 ‘국가대표’의 드라마는 엉성해서다. 이른바 루저들의 성공기를 영화에 담고 싶었다는 김 감독의 의도는 이해가 되지만 루저들의 캐릭터는 전형성에 갇혀 그 속이 뻔히 들여다보인다.

게다가 12세 관람가 임에도 수시로 터져 나오는 욕설과 손찌검, 그리고 여성 비하적 농담들은 가족들이 관람하기에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군대에 가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동생 봉구(이재응 분)를 사지(?)로 내모는 칠구(김지석 분)의 모습은 실소를 자아낸다.

즉, ‘국가대표’의 홍보팀이 선전하는 대로 영화의 후반 30분은 압도적이다. 하지만 그 30분에 도달하기까지 ‘국가대표’의 전개 방식이나 웃음 코드는 상투적이고 진부하다. 후반부의 완성도에 비교해 ‘국가대표’의 전반부와 중반부는 딱히 신선하거나 새로운 느낌을 주지 않는다. 영화의 앞부분과 뒷부분이 다른 것이다.

이처럼 균질하지 못한 완성도가 ‘국가대표’의 약점이다. 관객들이 그 약점에 대해 얼마나 관대할지 아직은 예측할 수 없다. 허나 ‘국가대표’가 김 감독의 전작 '미녀는 괴로워'의 661만 흥행기록에 못미친다면 첫 번째 원인은 바로 영화 전반부와 후반부의 편차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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