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CJ ENM의 시너지…콘텐츠 시장 '금수저' 탄생 예고

"3000억 원 규모 콘텐츠 투자 펀드 조성"
"웹툰 IP 활용 콘텐츠로 글로벌 시장 공략"
"'K콘텐츠' 확산·일자리 창출 기여 목표"
  • 등록 2020-10-26 오후 6:52:34

    수정 2020-10-26 오후 6:52:34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콘텐츠 강자’ CJ ENM이 손을 맞잡으면서 ‘금수저급’ 킬러 콘텐츠가 등장할지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플랫폼 업계와 콘텐츠 업계에서 각각 ‘공룡’으로 불리는 양사의 시너지는 콘텐츠 제작과 유통, 경쟁에서도 다른 회사들보다 모두 앞서서 시작하는, 소위 ‘금수저급’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네이버와 CJ그룹은 K콘텐츠 및 디지털 영상 플랫폼 사업 협력, e커머스 혁신을 위한 e-풀필먼트 사업 공동추진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포괄적 사업제휴를 맺고 6000억 원 규모의 주식 교환에 합의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합의로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은 각 1500억 원, CJ대한통운은 30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네이버와 교환한다. CJ ENM과 CJ대한통운은 자사주 매각, 스튜디오드래곤은 3자배정 유상증자(신주발행) 방식을 취하며 네이버는 각 상대방에 같은 금액의 자사주를 매각한다. 자사주 교환일은 27일이며, 스튜디오드래곤의 유상증자에는 약 2주가 소요될 전망이다.

CJ ENM을 통해 만들어진 네이버 웹툰 원작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왼쪽)와 ‘타인은 지옥이다’.
사업제휴를 통한 협업은 전방위에 걸쳐 전개될 예정이다. 양사는 공동 콘텐츠 투자 펀드 조성을 포함해 앞으로 3년간 총 3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사의 핵심 역량을 결합해 만든 수준 높은 콘텐츠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K콘텐츠 확산과 청년층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네이버 보유 IP, CJ서 영상 콘텐츠 제작

네이버는 작품성과 흥행성이 검증된 다량의 웹툰과 웹소설 IP(지적재산권)를 보유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프랑스, 태국 등지에서도 인기를 얻으며 월간 이용자 수가 6700만 명이 넘는 글로벌 웹툰 플랫폼 1위 사업자로 성장했고, 글로벌 전역에서 창작자를 보유하고 있다. 영화, 드라마 제작 역량을 갖춘 CJ ENM은 ‘기생충’, ‘도깨비’ 등의 작품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으며, tvN, OCN, Mnet, tvN 아시아, Mnet 재팬 등 국내외에서 서비스되는 자체 채널들을 통한 유통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네이버의 경우 거대 자본과 기술력이 필요한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있었고, CJ ENM은 최근 자체 기획한 제작물들로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며 “이번 협력을 통해 네이버는 보유 중인 IP를 고퀄리티 영상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 제작 및 기술력을, CJ ENM은 풍부한 IP 창구와 콘텐츠 파워를 키울 수 있는 강력한 온라인 채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양사 간의 관련 협업은 이미 꾸준히 지속돼 왔다. CJ ENM은 지난해 네이버 웹툰 ‘쌉니다 천리마마트’, ‘타인은 지옥이다’ 등을 드라마로 만들어 각각 tvN과 OCN을 통해 선보였다. 현재는 누적 조회 수 30억뷰를 자랑하는 네이버 웹툰 ‘유미의 세포들’을 드라마로 제작 중이다. 이번 업무 제휴로 양사 간의 협업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공동으로 투자한 프리미엄 IP 중 일부를 CJ가 우선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고부가가치 영상 콘텐츠로 제작하는 방식을 택할 예정이다.

협업은 비단 웹툰과 웹소설을 영상화하는 데 그치진 않을 전망이다. CJ ENM 관계자는 이데일리에 “스핀오프 디지털 콘텐츠 제작, 캐릭터/음반 사업, 공연, 게임, 애니메이션 등 무궁무진한 사업 확대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드마라화가 진행되고 있는 네이버 웹툰 ‘유미의 세포들’
CJ ENM이 지난 16일부터 25일까지 열흘간 유튜브 등을 통해 진행한 ‘케이콘’의 언택트 버전 ‘케이콘택트’ 시즌2.
CJ 제작 비대면 공연, 네이버 플랫폼 통해 매출 극대화

K팝 분야에서의 협업도 기대된다. 대규모 한류 행사인 ‘케이콘’ 등 CJ ENM의 K팝 관련 이벤트와 콘텐츠들이 네이버의 플랫폼과 만나게 될 경우 큰 시너지가 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를 넘어 일본과 동남아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V라이브라는 온라인 방송 플랫폼을 보유 중인 네이버는 올해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유료 온라인 콘서트 브랜드 ‘비욘드 라이브’를 성공적으로 론칭하기도 했다.

CJ ENM 관계자는 “IT 기업인 네이버의 기술 투자를 기반으로 VR·AR을 적용한 실감형·숏폼 콘텐츠 등 새로운 유형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게 됐고, V라이브 통한 음악·공연 콘텐츠의 안정적 마케팅 툴 확보가 가능해진 만큼 IP 경쟁력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CJ ENM의 만남은 OTT 플랫폼 시장 지형에도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CJ ENM에서 최근 분사한 OTT 플랫폼 티빙과 네이버 멤버십 간 결합상품 출시 등 가입자 확대를 위한 협력을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네이버가 티빙 지분 투자에 참여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맞설 수 있는 확고한 경쟁력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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