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현 감독은 6일 오후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공개를 기념으로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변성현 감독은 “설경구 선배님이랑 저랑 작업하면서 많이 싸웠다고들 아시는데, 사실 처음 ‘불한당’으로 작업을 했을 땐 제가 일방적으로 경구 선배님께 혼이 난 것이다. 촬영 후반부 때나 되어서야 제가 좀 대들기 시작했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두 번째 ‘킹메이커’ 때는 의견 대립이 좀 있어서 선배님과 부딪히고 많이 싸웠다. 그런데 이번 ‘길복순’ 때는 설경구 선배님이 저를 안 건드리시더라”며 “제가 당시 워낙 예민해져 있던 터라 배려를 해주신 게 아닐까 싶다”고 귀띔했다.
변 감독은 “이번엔 경구 선배님이 오히려 좋은, 절 위해주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덕분에 더 작업에 열중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선배님께 많이 고마웠지만, 한편으로 의아하기도 했다”며 “이 분이 왜 이러지, 왜 갑자기 나한테 잘해주시지 의구심도 들었다”는 너스레로 폭소를 자아냈다.
하지만 이같은 비판을 막상 접하니 청개구리 심보로 더욱 오기가 생겨난다고. 변 감독은 “‘설경구 변성현 조합 이젠 지친다’는 기사 내용이었다. 제가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서 그런가, 막상 그 내용을 읽으니 다음에도 내 작품에 해당 나이대의 남자 역할이 있다면 경구 선배님께 꼭 제안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오히려 바뀐 상태”라며 웃음지었다.
다만 다음에 또 설경구와 작업한다면, 더 이상 그를 ‘불한당’, ‘킹메이커’, ‘길복순’처럼 수트를 입은 멋진 남성의 이미지로 사용하진 않을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변성현 감독은 “처음 설경구 선배와 작업을 했던 이유는 이전까지 선배님이 ‘한국에 있는 보통의 아저씨’의 느낌을 대변하는 배우로 쓰이셨기 때문이다. 저는 그 이미지를 좀 빼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하지만 세 번의 작업을 통해 멋진 이미지는 충분히 선보였으니 다음 작품에선 다시 예전의 ‘보통 아저씨’ 같은 선배님의 느낌을 찾게 될 것 같다. 이 역시 일종의 청개구리 기질”이라고 설명했다.
엄마로서 전도연의 모습을 묻자 “극 중 길복순은 딸 재영의 반응이나 대답에 상당히 전전긍긍하는 인물이다. 물론 선배님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실 때가 있지만, 무언가 메시지를 전해야 할 땐 따님에게 단호하고 확실히 말씀하신다는 점이 좀 달랐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길복순’(감독 변성현)은 최고의 실력을 가진 전설의 에이스 킬러이자 중학생 딸을 홀로 키우는 싱글맘 ‘길복순’(전도연 분)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데뷔작 ‘나의 PS파트너’를 시작으로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 등을 선보여 스타일리시한 연출력을 인정받아왔던 변성현 감독의 신작이다.
‘칸의 여왕’으로 불리는 톱배우 전도연이 액션 장르를 주력으로 출사표를 던진 첫 타이틀롤 작품으로 주목 받았다. 공개 전인 지난 2월 열린 베를린 국제영화제 스페셜 부문에 초청돼 현지 평단 및 대중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특히 넷플릭스가 지난달 17일부터 4월 2일까지 시청시간을 공식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길복순’은 지난 31일 첫 공개 후 단 사흘 만에 1961만 시간을 기록, 비영어 영화 부문 전 세계 1위에 등극했다. 영어가 사용된 영화들까지 합치면 ‘머더 미스테리’, ‘머더 미스테리2’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