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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임순례 연출·김태리 주연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입소문을 타고 롱런 중이다. ‘리틀 포레스트’는 순 제작비 15억원의 저예산 영화라는 점에서 100만 관객 돌파(14일까지 누적관객 120만명)의 의미는 특별하다.
△힐링무비
‘리틀 포레스트’는 한 청춘의 성장 스토리를 그린다. 임용 고시에 떨어지고, 도시의 일상에 지친 혜원(김태리 분)이 도망치 듯 고향에 돌아와 사계절을 보내면서 삶의 대한 태도를 바꿔가는 이야기다. 영화는 시골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스크린에 펼쳐낸다. 새롭게 돋아난 새싹을, 푸른 빛깔을 더해가는 녹음과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빛 볏논 그리고 하얗게 눈덮인 세상을 아주 가깝게(익스트림 클로즈업 숏) 또 아주 멀게(익스트림 롱 숏) 자연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해내 보여준다. 부드러운 은은한 질감의 수채화를 프레임에 옮겨놓은 것 같은 영상미에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보고 있는 것만으로 몸은 풀어지고 마음은 정화된다.
△여성무비
‘리틀 포레스트’는 여성 감독이 연출하고,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3~2017) 총 제작비 10억원 이상 또는 최대 스크린 수 100개 이상의 영화(한국 상업영화)가 평균 73편인데 여성 감독이 연출한 상업영화는 평균 5편(6.8%)에 불과했다. 여성이 주연인 영화는 총 321편(애니메이션·다큐멘터리 제외) 중 77편으로 약 24%였다. 2017년에는 25.8%로 평균보다 높았는데, 이는 총 제작비나 개봉규모가 작은 상업영화가 다수 제작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50위권에 1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중 여성이 주연한 영화는 ‘아이 캔 스피크’ ‘장산범’ ‘악녀’ 세 편에 불과했다. ‘리틀 포레스트’는 남성 위주 영화가 넘쳐나는 충무로에서 여성이 연출하고 여성이 주연한 영화도 관객에게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영화다.
서사를 이끄는 혜원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감독 박찬욱)로 데뷔한 신예 김태리가 연기했다. ‘리틀 포레스트’는 김태리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신분과 성별을 뛰어넘는 사랑을 쟁취한 ‘아가씨’의 하녀에서 ‘1987’(감독 장준환)에서 시대의 아픔에 눈을 뜨는 그 시절의 청춘을 거쳐, ‘리틀 포레스트’에서 고단한 삶에 지친 오늘날 청춘의 모습으로 스크린에 자리했다. 김태리는 ‘아가씨’부터 ‘리틀 포레스트’까지 언론과 평단, 관객을 골고루 만족시키며 ‘좋은 배우’로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늘 배우, 특히 여배우 기근인 충무로에서 ‘리틀 포레스트’의 흥행이 반가운 이유다. 임순례 감독은 “한국영화산업에서 여성 영화인들이 점점 소외돼가는 현실에서 ‘리틀 포레스트’가 한국영화의 다양성에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런 점에서도 김태리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