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환 '명품 커브', 번트 잡는 귀신되다

  • 등록 2012-10-31 오후 9:42:08

    수정 2012-10-31 오후 9:42:08

삼성 선발 윤성환이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4회초 2사 1,3루서 SK의 더블 스틸을 봉쇄하며 무실점으로 막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잠실=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윤성환의 주무기는 단연 커브다. 스트라이크 존 구석 구석을 찌를 수 있는 직구 제구력과 함께 어울리는 커브는 140km를 겨우 넘는 구속의 그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10월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 선발 등판한 윤성환은 경기 초반, 좀처럼 커브를 쓰지 못했다. SK 타자들의 노림수에 번번히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크게 한방 맞지는 않았지만 SK 타자들의 배트 중심에 계속 맞아나갔다.

하지만 직구 제구력과 옆으로 혹은 밑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 위주 패턴으로 빠르게 전환하며 소화 이닝을 늘려갔고, 6이닝 1실점으로 제 몫을 다하며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

정작 그의 커브가 빛난 건 수비에서였다. 타자를 막아내는데는 크게 힘이 되지 못했지만 만점 수비로 상대의 기를 꺾는데는 커브가 일등 공신이었다. 마운드에서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그의 노련함도 커브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이 2-0으로 앞선 4회초, 윤성환은 박재상과 최정에게 내야 안타를 연속 허용한 뒤 이호준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고 1점을 빼앗겼다. 점수는 얼마든지 줄 수 있었지만 정작 문제는 그 이후였다. 무사 1,2루 위기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번트와 희생 플라이, 간단하게 동점이 되는 시나리오가 모두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다음 타자는 박정권. SK는 예상대로 번트 작전으로 나왔다. 그러나 이 때 윤성환의 선택이 SK의 작전을 압도했다.

윤성환이 던진 초구는 커브였다. 각 크게 ‘빠~앙’ 떴다 떨어지는 커브는 3루수 박석민이 박정권의 번트 의사를 확인한 뒤 대쉬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벌어줬다. 결국 박석민은 빠르게 타구를 잡아 3루로 던질 수 있었고, 최정을 포스아웃 시켰다. SK로 넘어가던 흐름을 단박에 잡아낸 명품 수비였다.

번트의 달인이라 불렸던 전준호 NC 코치는 “번트를 댈 때 가장 어려운 구종은 커브”라고 말한 바 있다. 수비수가 판단할 수 있는 여유를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답을 안다고 모두 통할 수는 없다. 얼마나 정확하게 제구를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커브의 달인인 윤성환이었기에 더욱 자신감 있게 승부를 들어갈 수 있었고, 정교한 SK의 야구도 무너트릴 수 있었다.

기세를 되찾은 삼성은 계속된 2사 1,3루서 SK의 더블 스틸을 포수 이지영이 재치로 막아내며 확실하게 분위기가 넘어가는 것을 차단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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