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은 삼성 이승엽부터였다. 올시즌 출사표를 밝혀달라는 사회자의 주문에 옆에 있는 정근우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삼성이 지난 해 우승했다. 그런데 근우가 작년에 내가 우승한 것도 아닌데 왜 여기 앉아있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순식간에 관중석은 웃음바다가 됐다.
이날 대표선수들의 좌석은 지난 해 우승팀부터 꼴찌팀까지 차례로 정해져 있었다. 이승엽은 지난 해 우승컵을 직접 들어올리진 못했지만 우승팀의 프리미엄을 안고 우승팀 자리에 앉게 됐다. 머쓱해 하던 이승엽은 "미안한 감정이 있긴 있다"면서도 "내년에도 이 자리서 첫 번째로 인터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로 민망함을 대신했다.
쑥쓰러운듯 이승엽 등 뒤에 숨던 정근우. 그 역시 재치있는 출사표로 분위기를 더욱 달궜다. 정근우는 "5년 동안 우리 팀이 한국시리즈 올라갔었다. 계속 우승을 하다가 작년에 준우승을 해서 겨울에 돈이 들어오는게 다르더라. 올해는 돈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돌아 온 메이저리거 한화 박찬호와 넥센 김병현의 입담도 뒤지지 않았다.
이번 시범경기서 부진한 성적을 냈던 박찬호는 "한국에 들어올 때 많은 팬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 시범경기 때 한국 타자들에게 호된 신고식을 치른 것 같다"며 자학개그를 했다. 이에 관중석에서는 '울지마', '괜찮아'를 연호하며 박찬호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내기도.
김병현은 "(출사표)준비를 못했다. (롯데 홍성흔이 준비했던 것처럼)사자성어도 없어 죄송하다"고 말해 웃음을 이끌어냈다. 이어 우승 원동력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우리 야구장은 목동에 있다"는 다소 엉뚱한 대답을 해 웃음을 안겼다.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이야기했다. 인천, 부천도 가깝다. 많이 야구장 와서 응원해달라"는 의미였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도 특유의 시크한 표정은 유지해 팬들의 웃음을 자극했다.
신인들도 유머 퍼레이드에 동참했다. 한화 하주석은 "재밌게 이야기해보겠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하더니 "신인 교육 때 선배들이 여드름만큼 안타치면 되겠다고 하더라. 200개는 아니더라도 팀에 꼭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재치있는 각오를 밝혔다.
▶ 관련포토갤러리 ◀ ☞2012 팔도 프로야구 미디어데이 사진 보기 ▶ 관련기사 ◀ ☞감독들의 토크쇼, 그들의 속내는? ☞감독들도 인정한 삼성, 하지만 우승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