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5년 만에 스크린 컴백한 박보영이 선배 이병헌과의 연기소감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박보영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의 개봉을 앞둔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올 여름 출격하는 한국영화 ‘빅4’의 마지막 주자로, 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가 원작으로 이 작품의 2부 ‘유쾌한 이웃’을 모티브로 영화적 상상력을 거쳐 각색됐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박보영이 ‘너의 결혼식’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스크린 복귀작이다.
특히 영탁과 명화가 정면으로 대립하는 후반부 신은 이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가장 필요하면서 중요했던 장면으로 꼽힌다. 박보영이 이번 작품을 촬영하며 가장 부담을 느꼈던 장면이기도 했다. 박보영은 “그 장면은 감독님은 물론, 현장에서 마주치는 모든 선배들께서 ‘그 신 잘 준비하고 있니’ 물어보실 정도로 중요했다. 저 역시 그 신이 가장 우려되고 긴장했던 지점”이라고 회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엄태화 감독이 내렸던 특별(?) 솔루션도 소개했다. 박보영은 “내가 과연 선배님 앞에서 잘해낼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제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신 감독님께선 ‘영탁’의 사진을 고화질로 뽑아 제게 주셨다. 그 사진을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하고, 이를 보며 ‘저 사람은 갈치’란 생각을 하며 연습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하시더라”며 “왜 굳이 ‘갈치’였을까는 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만큼 별 것 아닌 흔한 존재를 보는 듯한 눈빛을 표현할 수 있게 강조하신 표현이 아니었을까 싶다. 처음엔 사진만 봐도 깜짝 깜짝 놀랐는데 계속 보니 점차 익숙해지더라”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선배님의 눈빛이 정말 무섭다. 그렇게 연습을 했는데도 실제 첫 테이크 촬영할 때 좀 ‘쫄았다’”고도 토로했다.
완벽히 ‘영탁’의 눈빛을 장착한 이병헌의 열연을 옆에서 지켜보며 자신의 연기를 자책하던 순간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박보영은 “선배님과 연기하는 동안 일기장의 내용이 온통 ‘왜 나는 이렇게 모자른 인간인가’란 문구로 가득찬 적도 있었다”라며 “‘저런 사람이 배우지’란 생각도 들더라. 나는 무엇을 하든 늘 예열이 필요한 사람인데 선배님은 그런 것도 필요없이 어떻게 저렇게 완벽히 연기를 하실 수 있을까 생각을 엄청 많이 했다”고 고백했다.
촬영을 계기로 이병헌과는 더 가까이 지낼 수 있게 됐다고. 박보영은 “촬영이 끝나고 소속사 워크샵도 있었고,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함께 홍보 활동을 하면서 전보다 배우 이병헌이 아닌 인간 이병헌 선배님을 마주할 기회가 많아졌다”며 “사석에서의 선배님은 굉장히 유머가 많고 유쾌하시다. 지금은 전과 달리 제가 먼저 선배님께 말을 걸고 농담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옆에서 이병헌과 호흡을 맞추며 배우로서 많은 장점들을 배울 수 있었다고도 전했다. 박보영은 “일할 때 정말 빈틈이 없으신 것 같다. 스탭들을 대하는 태도, 연기적 자세 모든 면에서 꼼꼼하시다”고 떠올렸다. 이어 “선배님의 섬세함을 느낀 적이 많다. 아무래도 작품 경력이 워낙 많으시니 감독님 입장에서 혹시 자신에게 다른 것들을 연기하며 요구하기 어렵진 않을까 생각하셨었나보다. 그래서인지 감독님이 말씀하시기 전에 선배님이 늘 먼저 ’수정사항은요?‘, ’어떤 부분을 다르게 했으면 좋겠나요?‘ 먼저 질문을 던져주셨다. 덕분에 하나의 신을 표현할 선택지도 많아지고 이를 통해 좋은 결과물도 나올 수 있게 된 것 같다”는 미담도 전했다.
한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8월 9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