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월드컵 2연패를 노리는 스페인과 지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준우승의 한을 풀려는 네덜란드의 자존심 대결 만으로도 B조는 ‘죽음의 조’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남미의 복병으로 급성장한 칠레까지 합쳐 최악의 3파전을 벌일 태세다.
이 때문에 ‘승점 자판기’ 역할을 해야 할 호주가 누구에게 승점을 더 내주냐에 따라 16강 진출의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 스페인
‘무적함대’ 스페인은 월드컵 2회 대회 연속 정상을 노리는 강력한 우승후보다.
2008년 유럽축구선수권(유로2008),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유로 2012 등 3개 메이저대회를 연속으로 휩쓸어 세계 최강임을 과시했다.
1964년 유럽축구선수권에서 우승한 것을 제외하면 월드컵이나 유럽축구선수권에서 정상에 오르지 못한 스페인은 2008년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황금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특히 유로 2008부터 3개 메이저대회를 연속으로 우승하며 ‘무적함대’의 명성을 되찾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는 2011년 10월부터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스페인식 축구는 ‘티키타카’라는 말로 요약된다.
티키타카는 탁구공이 왔다갔다하는 소리를 뜻하는 단어로 세밀한 패스 플레이를 펼치는 모습을 빗댄 말이다. 짧은 패스로 점유율을 높여 상대에게 공격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게 스페인 축구의 특징이다.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로 대표되는 세계 최고 수준인 자국 리그 프리메라리가에서 선수 대부분을 수혈한다.
샤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페드로 로드리게스(이상 바르셀로나), 이케르 카시야스, 사비 알론소, 세르히오 라모스, 알바로 아르벨로아(이상 레알 마드리드), 페르난도 토레스(첼시), 하비 마르티네스(바이에른 뮌헨) 등 선수 면면이 화려하다.
최근에는 브라질과 이중 국적을 지닌 골잡이 디에구 코스타(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스페인 대표팀을 택하면서 브라질로 가는 스페인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줬다.
월드컵 유럽예선에서는 프랑스, 핀란드, 그루지야, 벨라루스와 함께 I조에 편성돼 6승2무를 기록, 조 1위로 본선에 올랐다.
다만, 스페인의 황금시대를 이끈 선수들이 대부분 노쇠한데다 새 선수들은 이전 선수들만큼 무게감이 없어 2연패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7월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에서 브라질에 0-3으로 진 점이 이를 보여준다.
거스 히딩크(2001∼2002), 조 본프레레(2004∼2005), 딕 아드보카트(2005∼2006), 핌 베어벡(2006∼2007).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는 다수의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을 배출한 나라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특히 히딩크 감독이 이끈 대표팀이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써낸 이후 박지성, 이영표, 송종국, 김남일 등이 줄줄이 진출해 활약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네덜란드는 1970년대의 전설적인 스타 요한 크루이프를 필두로 한 ‘토털 사커’를 선보이며 세계 축구계에서도 전통의 강호로 군림하고 있다.
월드컵 본선에는 이번이 10번째 출전으로 그동안 준우승만 세 차례(1974, 1978, 2010) 했을 뿐 우승은 한 번도 없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결승에서는 연장 후반 스페인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에게 결승골을 얻어맞고 눈물을 흘렸으나 ‘토너먼트의 강자’로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2년부터 루이 판 할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는 유럽 예선 D조에서 9승1무(승점 28)를 기록, 조 1위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10경기에서 무려 34골을 폭발하고 5골 밖에 내주지 않는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 중심에는 유럽 예선을 통틀어 가장 많은 11골을 터뜨린 로빈 판 페르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있다.
2005년부터 네덜란드 대표로 활약하며 남아공 대회에도 출전했던 판 페르시는 물오른 골 감각을 자랑하며 월드컵 본선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승리를 이끈 아르연 로번 등이 올해도 월드컵 정복 도전에 나설 전망이다.
◇ 칠레
칠레는 8차례나 월드컵 본선에 나선 남미의 강호다. 가장 좋은 성적은 1962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거둔 3위이다.
1998년 프랑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등 두 차례 16강에 진출한 칠레는 그러나 나머지 5차례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칠레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남미예선에서도 선전했다.
풀리그 최종예선에서 9승1무6패를 기록하며 아르헨티나(9승5무2패), 콜롬비아(9승3무4패)에 이어 3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남미축구연맹 회원국 가운데서는 아르헨티나(3위), 콜롬비아(4위), 우루과이(6위), 브라질(10위)에 이어 5위다.
칠레는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앞세워 남미 예선에서 강도 높은 압박과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주요 공격수로는 알렉시스 산체스(바르셀로나)와 에두아르도 바르가스(그레미우)가 주목을 받는다.
공격형 미드필더 마티아스 페르난데스(피오렌티나), 중앙 미드필더 아르투로 비달(유벤투스)도 핵심요원으로 꼽힌다.
수비형 미드필더 개리 메델(카디프시티), 측면 미드필더 장 베우세요르(위건), 중앙 미드필더 호르헤 발디비아(파우메이라스), 마르셀로 디아스(바젤) 등도 올해 자주 호출됐다. 주전 골키퍼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활약하는 클라우디오 브라보(레알 소시에다드)다.
칠레의 사령탑은 아르헨티나 출신인 호르헤 루이스 삼파올리 모야 감독이다.
삼파올리 감독은 2011년 칠레 클럽인 우니베르시다드 데 칠레를 코파 수다메리카나 우승으로 이끌고 지도력을 인정받아 작년에 칠레 지휘봉을 잡았다. 그가 이끄는 칠레는 매우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호주
‘사커루’란 애칭의 호주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의 강호로 1974년 서독 대회 때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을 밟았다.
한동안 월드컵 무대를 경험하지 못한 호주는 2006년 독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이어 브라질 월드컵까지 3회 연속 본선 진출의 기쁨을 맛봤다. 2005년까지 오세아니아축구연맹(OFC)에 속했다가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자 AFC로 둥지를 옮기면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호주가 국제대회에서 가장 영광의 시절을 보낸 때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2005∼2006년이다.
호주는 우루과이와의 2006년 독일 월드컵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승부차기 끝에 극적으로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플레이오프 징크스를 털어내는 순간이었다. 기세가 살아난 호주는 조별리그마저 통과해 처음으로 16강 고지까지 진출하는 쾌거까지 이뤘다.
호주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는 예선 2경기를 남겨두고 일찌감치 본선행을 확정했지만 본선에서 조별리그의 벽을 넘지 못하고 짐을 쌌다.이번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호주는 일본에 이어 조 2위를 차지해 본선에 올랐다.
현재 전력은 호주 축구가 한창 전성기에 있던 시절보다 다소 내리막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팀의 주축은 팀 케이힐(34·뉴욕 레드불스), 마크 브레시아노(33·알가라파), 루카스 닐(35·오미야) 등 30대 중반에 접어든 선수들이다.
9월 브라질 평가전에서 0-6, 10월 프랑스 평가전에서 0-6으로 지는 등 월드컵에서 만날 가능성이 큰 강호에 맥을 추지 못했다.
대패 여파로 3년간 팀을 이끈 홀거 오지크(독일) 감독을 10월 경질하고 에인지 포스트코글루(호주) 감독을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