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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혼다클래식(총상금 660만 달러)이 열린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 가든의 PGA 내셔널 골프장(파70·7140야드)에는 선수들을 긴장시키는 3개의 홀이 있다. 15번(파3)부터 시작해 16번(파4) 그리고 17번(파3)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베어트랩’이다. 2001년 코스를 다시 설계한 잭 니클로스(미국)의 별명인 ‘황금곰’과 연계해 붙여졌다.
이 3개의 홀이 ‘악명’을 떨치게 된 데는 단지 어렵기 때문만은 아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듯 계속해서 실수를 하게 만든다. 베어트랩의 입구인 15번홀 티잉 그라운드 앞에 새겨진 문구 또한 선수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다. ‘it should be won or lost right here’(승리하거나 혹은 패하거나 여기에서 결정된다)라고 새겨진 안내판을 보는 순간 머리는 더 복잡해 진다.
베어트랩은 시작부터 아주 강한 압박을 준다. 15번은 179야드의 파3 홀이다. 거리만 놓고 보면 크게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린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벙커, 오른쪽은 전부 워터해저드가 둘러싸고 있다. 그린은 벙커 쪽에서 워터해저드 방향으로 심한 내리막 경사가 있다. 시시각각 다르게 불어오는 바람은 따로 계산해야 하고 홀의 위치가 워터해저드 방향 쪽에 위치해 있으면 부담은 더 커진다. 즉, 똑바로만 쳐서는 공을 그린에 올릴 수 없다.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4일 동안 이 홀에서만 5타를 까먹었다. 더블보기 2개와 보기 1개의 씁쓸한 성적표를 받았다.
16번 역시 길이만 놓고 보면 크게 어렵지 않다. 434야드의 파4 홀이다. 티샷을 페어웨이로 잘 보내놓으면 쇼트 아이언으로 버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어렵다. 드라이버를 꺼내들기 어려울 정도로 페어웨이가 좁다. 우즈는 줄곧 아이언으로 티샷했다. 거리 조절도 중요하다 잘 맞은 샷이 벙커나 러프로 들어가기 쉬운데, 공이 벙커로 들어가면 그린을 바로 공략하는 게 쉽지 않다. 그린도 까다롭다. 코스 오른쪽은 전부 워터해저드를 끼고 돌아가는데, 그린의 경사 역시 그 방향에 따라 내리막으로 흘러간다.
천하의 우즈도 그런 실수를 했다. 4라운드에서 경기 중반 3언더파를 기록하며 ‘톱5’까지 노렸다. 남은 홀에서 1~2타를 더 줄이면 충분히 가능했다. 그러나 베어트랩에 들어서자마자 산산조각이 났다. 15번홀에서 친 티샷이 물에 빠졌다. 3타 만에 그린에 올라와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16번홀에서 티샷이 좋았다. 두 번째 친 공은 홀 약 8m 지점에 멈춰 버디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우즈는 욕심을 냈다. 이 홀에서 버디를 하고,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다시 버디를 잡아내겠다는 전략을 세웠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성급하게 덤빈 탓인지 3퍼트라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베어트랩의 속임수에 연거푸 당한 꼴이 되고 말았다. 더 이상 만회할 기회가 없기에 우즈의 불타올랐던 상승세도 꺾이고 말았다.
우즈는 1~4라운드 동안 이 3개의 홀에서만 8오버파를 적어냈다. 15번홀에서만 더블보기를 2번이나 했고, 보기를 5개 쏟아냈다. 버디는 2라운드 때 17번홀에서 잡아낸 유일하다. 나머지 15개 홀에서는 버디 11개에 더블보기 1개와 보기 2개 밖에 하지 않았다. 우승스코어가 8언더파(272타)였다는 점에서 우즈의 베어트랩 성적표는 아쉬움을 남긴다. 우즈는 최종 합계 이븐파 280타를 기록해 단독 12위에 올랐다.
저스틴 토머스가 루크 리스트(이상 미국)와 동타(8언더파 272타)로 경기를 끝낸 뒤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했다. 토마스는 4일 동안 베어트랩을 1오버파로 막아냈다. 지난해 10월 제주에서 열린 CJ컵@나인브릿지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이후 시즌 2승째다. 안병훈(27)은 이날만 5타를 줄이는 뒷심을 보여 공동 5위(합계 4언더파 276타)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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