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베어트랩'만 없었더라면..4일 동안 8오버파 '악몽'

15~17번홀에서 4일 동안 8오버파 무너져
난공불락의 '베어트랩' 어떤 홀이기에
토머스 연장 접전 끝에 시즌 2승 성공
  • 등록 2018-02-26 오전 9:54:02

    수정 2018-02-26 오후 2:34:37

타이거 우즈가 2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가든의 PGA내셔널골프장에서 열린 혼다클래식 4라운드에서 그린의 경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복귀 후 첫 ‘톱10’이 베어트랩(Bear Trap)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26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혼다클래식(총상금 660만 달러)이 열린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 가든의 PGA 내셔널 골프장(파70·7140야드)에는 선수들을 긴장시키는 3개의 홀이 있다. 15번(파3)부터 시작해 16번(파4) 그리고 17번(파3)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베어트랩’이다. 2001년 코스를 다시 설계한 잭 니클로스(미국)의 별명인 ‘황금곰’과 연계해 붙여졌다.

이 3개의 홀이 ‘악명’을 떨치게 된 데는 단지 어렵기 때문만은 아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듯 계속해서 실수를 하게 만든다. 베어트랩의 입구인 15번홀 티잉 그라운드 앞에 새겨진 문구 또한 선수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다. ‘it should be won or lost right here’(승리하거나 혹은 패하거나 여기에서 결정된다)라고 새겨진 안내판을 보는 순간 머리는 더 복잡해 진다.

베어트랩은 시작부터 아주 강한 압박을 준다. 15번은 179야드의 파3 홀이다. 거리만 놓고 보면 크게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린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벙커, 오른쪽은 전부 워터해저드가 둘러싸고 있다. 그린은 벙커 쪽에서 워터해저드 방향으로 심한 내리막 경사가 있다. 시시각각 다르게 불어오는 바람은 따로 계산해야 하고 홀의 위치가 워터해저드 방향 쪽에 위치해 있으면 부담은 더 커진다. 즉, 똑바로만 쳐서는 공을 그린에 올릴 수 없다.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4일 동안 이 홀에서만 5타를 까먹었다. 더블보기 2개와 보기 1개의 씁쓸한 성적표를 받았다.

16번 역시 길이만 놓고 보면 크게 어렵지 않다. 434야드의 파4 홀이다. 티샷을 페어웨이로 잘 보내놓으면 쇼트 아이언으로 버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어렵다. 드라이버를 꺼내들기 어려울 정도로 페어웨이가 좁다. 우즈는 줄곧 아이언으로 티샷했다. 거리 조절도 중요하다 잘 맞은 샷이 벙커나 러프로 들어가기 쉬운데, 공이 벙커로 들어가면 그린을 바로 공략하는 게 쉽지 않다. 그린도 까다롭다. 코스 오른쪽은 전부 워터해저드를 끼고 돌아가는데, 그린의 경사 역시 그 방향에 따라 내리막으로 흘러간다.

이 홀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이유는 실수가 반복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다. 잃었던 타수를 만회하려고 덤볐다가는 더 큰 실수를 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천하의 우즈도 그런 실수를 했다. 4라운드에서 경기 중반 3언더파를 기록하며 ‘톱5’까지 노렸다. 남은 홀에서 1~2타를 더 줄이면 충분히 가능했다. 그러나 베어트랩에 들어서자마자 산산조각이 났다. 15번홀에서 친 티샷이 물에 빠졌다. 3타 만에 그린에 올라와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16번홀에서 티샷이 좋았다. 두 번째 친 공은 홀 약 8m 지점에 멈춰 버디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우즈는 욕심을 냈다. 이 홀에서 버디를 하고,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다시 버디를 잡아내겠다는 전략을 세웠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성급하게 덤빈 탓인지 3퍼트라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베어트랩의 속임수에 연거푸 당한 꼴이 되고 말았다. 더 이상 만회할 기회가 없기에 우즈의 불타올랐던 상승세도 꺾이고 말았다.

베어트랩의 마지막인 17번은 190야드의 파3 홀이다. 항상 강한 맞바람을 안고 경기하는 경우가 많다. 심한 슬라이스(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람으로 대부분의 선수들은 그린 왼쪽을 공략한다. 그러나 그 뒤엔 무시무시한 벙커가 기다리고 있다. 버디를 노리기 위해선 홀의 위치에 따라 그린의 아주 좁은 공간을 정확하게 공략해야 한다. 그러나 이게 말처럼 쉬웠다면 평균타수가 3.276타(3라운드 기준)까지 치솟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즈는 1~4라운드 동안 이 3개의 홀에서만 8오버파를 적어냈다. 15번홀에서만 더블보기를 2번이나 했고, 보기를 5개 쏟아냈다. 버디는 2라운드 때 17번홀에서 잡아낸 유일하다. 나머지 15개 홀에서는 버디 11개에 더블보기 1개와 보기 2개 밖에 하지 않았다. 우승스코어가 8언더파(272타)였다는 점에서 우즈의 베어트랩 성적표는 아쉬움을 남긴다. 우즈는 최종 합계 이븐파 280타를 기록해 단독 12위에 올랐다.

저스틴 토머스가 루크 리스트(이상 미국)와 동타(8언더파 272타)로 경기를 끝낸 뒤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했다. 토마스는 4일 동안 베어트랩을 1오버파로 막아냈다. 지난해 10월 제주에서 열린 CJ컵@나인브릿지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이후 시즌 2승째다. 안병훈(27)은 이날만 5타를 줄이는 뒷심을 보여 공동 5위(합계 4언더파 276타)로 대회를 마쳤다.

PGA 내셔널 골프클럽의 베어트랩 중 하나인 15번홀 전경과 선수들을 더욱 긴장시키는 안내판. (사진=혼다클래식 홈페이지)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추위 속 핸드폰..'손 시려'
  • 김혜수, 방부제 美
  • 쀼~ 어머나!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