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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최동훈 감독의 신작 ‘전우치’는 영웅을 주인공으로 한 소위 히어로무비다. 최 감독은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고대 영웅소설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잊고 지내던 고대 영웅소설 ‘전우치전’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영화로 만들었다. 어린 조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자신의 영화가 전무하다는 것이 계기가 됐다.
강동원이 분한 전우치는 세상을 구하거나 악당을 물리치는 데 큰 관심이 없다. 대게의 영웅들은 세상의 불의에 아파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의 눈물에 분노한다. 전우치는 이런 영웅과는 태생이 달랐다. 도술을 익혀 자신이 재밌게 사는 데에만 관심을 기울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전우치는 ‘슈펴맨’이나 ‘스파이더맨’과 같은 할리우드가 만들어낸 슈퍼히어로 무비와 다른 길을 간다.
긴장감 대신 영화를 감싸고 있는 것은 해학과 소란스러움이다. 주인공 전우치 역을 맡은 강동원은 시종일관 매력적인 미소와 엉뚱한 표정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모은다. 전우치의 단짝 초랭이 역의 유해진 역시 영화의 웃음을 절반 이상 책임진다. 그리고 요괴를 풀어준 세 도사 역의 김상호, 송영창, 주진모는 영화의 소란스러움을 주도하며 만담 수준의 개그를 선사한다.
덕분에 영화는 마치 시장바닥처럼 이곳저곳에서 각자 판을 열어놓고 관객들의 시선을 끌려는 캐릭터들로 북적거린다. 카메오로 출연하려다 결국 조연으로 출연하게 된 염정아도 그렇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서인경 역의 임수정도 이전 작품에서 보지 못했던 캐릭터로 영화 속 잔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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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화는 캐릭터를 펼쳐놓기만 할 뿐 스토리라인을 수습하지 않는다. 특히 전우치와 화담이 싸우는 이유가 불분명하다. 둘은 사력을 다해 싸우는 듯 하지만 서로 진심을 다해 증오하거나 이기려 하지 않는다. 화담이 세상을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으려는 절대 악인이 아니고 전우치 이에 맞서 세상을 구하겠다는 의협심과는 거리가 먼 인물 이어서다. 둘이 펼치는 와이어 액션은 박수칠만하지만 ‘둘은 왜 싸울까?’에 생각이 미치면 자꾸 시계를 보게 된다.
최 감독은 전작인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를 통해 인간군상의 오욕칠정을 '도술'보다는 특유의 서술양식으로 감칠맛 나게 영상화했다. 아쉽게도 ‘전우치’의 서술양식은 최 감독의 전작보다 세밀하지 못하고 흡입력이 약하다. 그것이 표현상 제한이 있는 12세 관람가임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결과적으로 '전우치'의 흥행 여부에 따라 영화 속 '도술'(CG 및 특수효과)과 '서술'(스토리텔링)의 무게추에 대해 왈가왈부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