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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꿀 겨를도 없던 그가 정말 꿈같은 홈런포를 때려냈다. 그것도 승부에 종지부를 찍는 극적 역전 투런포. 프로 통산 홈런이 3개 뿐이던 그가 터트린, 절대 잊을 수 없는 홈런이었다.
최재훈은 이날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8번 타자 포수로 나서 0-1로 뒤지던 6회말 1사 1루서 밴헤켄을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작렬시켰다. 밴헤켄의 2구째 스트라이크존 높은 쪽에 형성된 직구를 잡아당겨 완벽한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이 점수가 두산의 유일했던 점수였다. 결과는 두산의 2-1 승리. 2패 뒤 시리즈 2연승을 이끌며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갔다.
사실 전날부터 최재훈의 한 방 본능은 꿈틀대기 시작했다. 연장 12회말 2사 1루서 송신영을 상대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던 그다. 펜스 가까이서 넥센 우익수 송지만의 호수비에 잡히고 말았지만 잘 맞은 타구였다.
공격형 포수라기보다 수비형 포수라는 인식이 강했던 그가, 큰 경기서 제대로 꿈틀거리던 공격 본능을 뽐낸 셈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선 공격에 욕심이 없다. 안타보다 주자가 나가있을 때 어떻게든 진루를 시키도록 하겠다”고 다짐한 최재훈은 팀에 더 없이 귀중한 선물을 했다.
공격 뿐만 아니었다. 수비에서도 역시 안정감있는 모습으로 팀의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내 모든 걸 놓겠다. 투수가 편안하게 던지고 싶은 대로 던지게끔 하겠다”던 그의 다짐 그대로였다. 투수들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해 보였다. 자신감도 넘쳐보였다. 최재훈만 만나면 유독 더 힘을 내고 있는 두산 마운드다. 여기에 어떤 공이든 몸을 날려 막아내는 그의 절실함과 집중력까지 더해지며 두산은 꿈만 같은 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 후 그는 “기분 좋다. 아직도 설렌다. 지금까지 밴헤켄 상대로 땅볼 밖에 못쳤다. 타이밍이 늦다고 해서 직구보고 앞에서 돌려라는 코치님 말씀대로 던졌다. 직구가 가운데로 온 게 잘 맞았다. 어제 경기에선 펜스만 맞아라 싶었다. 오늘은 2루타인 줄 알고 뛰었는데 (오)재원이 형이 세리머니하는 걸 보고 홈런인 줄 알았다. 어제 못다한 세리머니는 베이스를 밟으면서 다했다. 어제도 좋았지만 오늘이 더 좋다. 행복한 홈런이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 경기에 나가면서 긴장을 많이 했다. 절박했다. 3,4차전되니 넥센 타자들이 뭘 노리고, 뭘 치는지 느낌이 온다. 과감하게 넣으면 못치겠구나 싶어서 더 과감하게 넣은 것이 적중했다. 온몸을 던진다는 생각으로 5차전도 임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