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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싱커볼러로 땅볼 유도 비율이 60%가 넘는 다코타 허드슨(세인트루이스)나 루이스 카스티요(신시내티)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 시절부터 플라이볼 투수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통산 땅볼 유도 비율도 47.5%로 올 시즌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5일(한국시간) 미국 앨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로 나온 류현진은 7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9승째를 따냈다.
특히 류현진은 앞선 경기에서 ‘닥터K’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날 경기에선 완벽한 땅볼 투수로 변신했다. 류현진이 처리한 21개의 아웃카운트 가운데 15개가 땅볼이었다. 비율이 71.4%에 이른다. 삼진은 2개뿐이었지만 ‘맞춰 잡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류현진이 1회말 동료들의 연속 수비 실책으로 2사 1, 3루에 몰렸을 때 크리스천 워커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투수 앞 땅볼로 유도한 공은 78.6마일(약 126km)의 낮은 체인지업이었다.
3회말 2사 2루 상황에서도 베테랑 타자 애덤 존스에게 77.3마일(약 124km)의 바깥쪽 낮은 체인지업을 던져 유격수 땅볼을 이끌어냈다. 7회말 1사 1, 3루 위기에서 닉 아메드를 유격수 땅볼 병살타로 잡고 이닝을 마친 것도 79.5마일(약 128km)의 체인지업이 위력을 발휘해서였다.
미국 야구 분석 사이트인 브룩스 베이스볼에 따르면 이날 류현진의 최고 구속은 91.66마일(약 148km)에 불과했다. 메이저리그 빠른공 평균 구속인 93마일대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다양한 변화구와 정교한 제구력으로 만회하면서 160km 강속구가 부럽지 않은 ‘언터처블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류현진은 경기 뒤 LA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애리조나 타자들이 보더라인을 향하는 공에 배트를 내밀었다. 땅볼 아웃이 많았던 이유”라며 “나는 타자를 구위로 누르는 파워피처가 아니다. 오늘도 내 공을 정확하게 던지는 데 주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