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언시스터즈 200승의 주인공 애니박 "케이팝 부르려 한글 공부 더 열심히했죠"

  • 등록 2018-06-18 오후 3:00:59

    수정 2018-06-18 오후 4:36:41

재미교포 애니 박(한국이름 박보선)이 11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 스탁턴 시뷰 호텔 앤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한국 및 한국계 선수의 통합 200승째를 달성한 뒤 트로피를 든 자신의 못브을 셀카로 촬영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노래방에서 케이팝(K-POP) 따라 부르려고 한글도 열심히 배웠어요.”

11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한국 및 한국계 선수 통합 200승의 주인공이 된 재미교포 애니 박(23 한국이름 박보선)은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한인 2세들 중에는 한국말이 서툴러 대화가 잘 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애니 박에게도 그런 선입견이 있었다. 그러나 우승 하루 뒤 이데일리와 전화로 인터뷰하는 동안 조금의 답답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한국말을 잘 했다.

▶“부채춤도 추고 꽹과리도 칠 줄 알아요.”

애니 박의 어머니 박영희 씨는 어린 딸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먼저 가르쳤다. 애니 박은 그런 문화를 배우고 자란 걸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5살 때부터 12살때까지 한국무용과 사물놀이를 배웠고, 초등학교 시절엔 학교 수업을 마치고 무용과 사물놀이를 하고 집에 가면 오후 9시가 될 정도로 정말 바빴다”며 “지금도 장단에 맞춰 꽹과리를 칠 수 있다”고 웃었다.

골프를 시작한 건 엄마의 영향이 컸다. 그는 “8살 때 엄마를 따라 드라이빙 레인지에 갔다가 우연히 ‘한번 쳐봐라’라는 엄마의 말에 골프채를 휘둘러본 게 시작이 됐다”며 “그때 제가 스윙하는 모습이 엄마의 눈에는 소질이 있어보였는지 그 뒤로 골프를 가르치셨다”고 말했다.

뉴욕에 살면서 골프를 배우는 건 쉽지 않았다. 매일 차를 타고 30~40분씩 이동해 골프장을 가야 했다. 연습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숙제를 해야 했을 정도로 힘든 생활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소질을 보인 그는 미국 주니어랭킹(AJGA) ‘톱3’에서 밀려나지 않았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어머니 역시 고생이 많았다. 한국의 여느 부모처럼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오면 도시락을 싸와 딸에게 먹이고 골프연습과 무용, 사물놀이 학원을 함께 돌아다녔다. 애니 박은 “그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바빴던 시절인 것 같다”며 더 크게 웃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애니 박은 3개의 대학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골프를 계속하고 싶었던 그는 장학금도 주고 골프 연습하기에 조건이 좋은 캘리포니아주립대(USC)를 선택했다. 대학에선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대학시절 그는 더 화려한 성적을 거뒀다. 각종 대회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전미 대학랭킹(NCAA)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애니 박을 지도한 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옛 스승인 션 폴리다. 13세때부터 션 폴리와 호흡을 맞췄고, 프로가 된 지금도 함께 하고 있다.

▶부상으로 프로 첫 시즌 아쉬움

대학 3학년을 마치고 프로를 준비했다. LPGA 투어 진출이 목표였기에 2부 격인 시메트라 투어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주니어와 대학 무대를 주름잡았던 실력은 그래도 이어졌다. 애니 박은 “시즌 중간에 투어에 들어갔지만 3승을 했고 그 덕에 LPGA 출전권을 따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장기는 장타와 같은 화려한 테크닉이 아니다. 애니 박은 “장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모든 샷에 자신이 있다”며 “주니어 시절부터 줄곧 하루 1000개가 넘는 공을 때렸을 정도로 연습을 많이 해 좋은 스윙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어 “뉴욕에 살 때는 쇼트게임을 훈련할 기회가 부족했지만 캘리포니아로 오면서 연습도 많이 하게 됐고 그러면서 전체적인 샷이 모두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애니 박에게 처음 시련이 찾아왔다. 안타깝게도 그토록 기다렸던 꿈의 무대에 입성한 후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그는 “작년에 허리 부상을 당했다. 그로 인해 좋은 경기를 할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부상에서 회복한 애니 박은 대신 한 가지를 배웠다. 연습을 많이 하던 방식에서 집중력을 높이는 훈련 방식으로 변화를 줬다. 애니 박은 “부상을 당한 이후 무리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면서 “그 이후 짧게 연습을 하더라도 집중력을 갖고 훈련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주게 됐다”고 설명했다.

▶“빅뱅, 투애니원 노래는 다 부를 줄 알죠”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애니 박은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좋아하고 케이팝을 즐겨 듣는 영락없는 한국인이다. 그가 완벽하게 한국말을 하고 한글을 배우게 된 건 부모 그리고 케이팝의 영향이 컸다. 집에서는 부모와 한국말로 대화를 나누고, 노래방에 가면 빅뱅과 투애니원,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즐겨 부른다. 그는 ‘케이팝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빅뱅과 투애니원, BTS(방탄소년단), 드렁큰타이거 등 한류스타들의 이름을 쉴 새 없이 꺼냈다. 애니 박은 “사실 제가 한글을 배우게 된 계기도 노래방에서 케이팝을 부르기 위해서였다”며 “한글자막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싶은 마음에 더 열심히 배우게 됐다”고 수줍게 말했다.

그는 숍라이트 클래식 우승의 원동력 중 하나를 엄마의 한국음식을 꼽았다. 뉴욕 근처에서 대회가 열려 가족들이 모두 골프장을 찾았다. 그 덕분에 매일 한식을 먹으며 경기했다. 애니 박은 “대학을 졸업하고 혼자 투어 활동을 하다 보니 힘든 점이 많았는데 이번 대회에는 가족들이 와서 응원해줬고, 특히 엄마가 매일 한국음식을 해주셔서 더 편하게 경기할 수 있었다”며 엄마표 김치찌개를 우승 원동력으로 꼽았다.

애니 박은 아직 국내 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없다. 오는 10월 인천 영종도에서 열리는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꼭 출전하고 싶다”며 “한국에 갈 때마다 맛있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 살이 쪄서 돌아오게 되지만 그렇더라도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꼭 출전해보고 싶다”고 기대했다.

▶“주위를 돌아보는 선수가 될 것”

첫 우승으로 애니 박은 ‘코리언 시스터즈’의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우승 이후 한국에서 많은 축하를 받을 정도로 관심도 높았다. 애니 박은 1승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이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단호하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 그리고 어린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선수가 되고 싶어서다. 애니 박은 “어린 시절 안니카 소렌스탐을 좋아했다”며 “그는 선수로서 훌륭한 성적뿐만 아니라 많은 기부와 다양한 자선 활동을 했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런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대회장에 가서 어린 아이들을 만나 사인을 해주고 함께 사진을 찍을 때 가장 행복하다”며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서 누군가도 나를 보며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골프선수로 가장 행복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숍라이트 클래식 우승으로 한국과 한국계 선수의 통합 200승 달성의 주인공이 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던 애니 박은 “그렇다면 정말 기쁜 일이다”며 “응원해주시는 한국의 팬들을 위해 더 노력하는 선수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애니 박(Annie Park 한국이름 박보선)

생년월일 1995년 4월 9일

미국 뉴욕 출생

부모님(박병권 박영희) 3녀 중 막내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USC) 커뮤니케이션 전공

키 175cm

2015 시메트라 투어 3승, 신인상

2016 LPGA 투어 진출

2018 숍라이트 클래식 우승

골프웨어가 아닌 일상복을 입고 골프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애니 박. (사진=애니박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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