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팔로알토(본명 전상현, Paloalto)는 진중하고 깊이 있는 가사와 중저음 보이스가 돋보이는 랩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가 설립한 힙합 레이블 하이라이트레코즈(Hi-Lite Records)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만의 뚜렷한 음악 색깔과 방향성을 오래도록 유지하며 힙합신 대표 아티스트로 자리 잡았다. 팔로알토는 레이블을 이끄는 수장으로 10년간 힙합신 중심에 있으면서 ‘좋은 음악이 우선’이라는 신념 아래 다채로운 음악 활동을 전개했다. Mnet ‘쇼미더머니4’와 ‘쇼미더머니777’에서 프로듀서로 활약하며 대중적 인지도 또한 확실하게 높였다.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작업실에 만난 팔로알토에게 하이라이트레코즈 해산 이후 활동 계획과 현 힙합신에 대한 생각에 관해서도 들어봤다.
-팔로알토에게 하이라이트레코즈란.
△“스물여덟 살에 레이블을 설립했고 어느덧 한국식 나이로 마흔이 됐다. 30대를 하이라이트레코즈에 바친 셈이다. 하이라이트레코즈를 이끌면서 인간적으로 여러 면에서 성숙해졌고 멘탈도 더 강해졌다. 급작스러운 이들에 대한 대처 능력 또한 좋아졌다. 그런 의미에서 하이라이트 레코즈는 저에게 인생 레슨 같은 개념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어찌됐든 전 하이라이트레코즈를 만든 걸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그간 쌓은 경험 덕분에 앞으로의 인생을 더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힙합 레이블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사례가 드문 이유는 뭘까.
△“아직 힙합이 폭넓은 대중에게 어필하기에 어려운 지점이 있다고 느낀다. 솔직함과 자유분방함으로 대변되는 힙합의 멋이 대중매체에 나갔을 때 없어지기도 하고 큰 관심이 없는 이들에겐 그저 사고 많이 치고 예의 없고 돈 자랑하는 사람들로 비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새롭게 생겨난 레이블들이 계속해서 변화를 꾀하면서 나아지고 있고 앞으로 더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힙합 레이블이 대형 기획사들 수준으로 성장하는 그림을 꿈꾼다.”
-팔로알토의 개인적 근황도 궁금하다.
-혹시 새로운 레이블을 만들 생각도 있나.
△“단언할 수는 없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새로운 레이블 설립에 대한 생각이 없다.”
-현 힙합신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예전에는 하나의 트렌드가 있으면 우르르 쫓아갔다. 반면 요즘 젊은 아티스트들은 무언가에 휩쓸리지 않는 분위기이고 자기만의 색깔로 해내겠다는 소신이 있는 것 같다. 다만 지난 몇 년간 ‘쇼미더머니’, ‘고등래퍼’, ‘언프리티 랩스타’ 등 대중매체를 통해 유명해진 아티스트들이 몸을 사리면서 무언가를 세게 하진 않은 것 같다. 그런 게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지점이었다. 힙합 특유의 솔직함이나 와일드한 멋이 없어지고 있다고 느껴져서다. (악뮤) 이찬혁이 ‘쇼미더머니10’ 무대에서 선보인 ‘어느새부터 힙합은 안 멋져’라는 가사도 그 연장선에서 나왔다는 생각도 든다. 저돌적인 에너지는 10, 20대 때 발산할 수 있는 만큼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힙합의 멋을 알리는 아티스트들이 많이 등장했으면 한다.”
-요즘엔 어떤 신인 아티스트들을 눈여겨보나.
△“일단 힙합신 내에서는 다민이가 떠오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쇼미더머니10’ 지원 영상 리액션 영상을 찍을 때 처음 알게 된 아티스트다. 너무 특이해서 영상에선 다루지 않았는데 언젠가 수면 위로 올라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밖에 YS블락, 팀NY, IKYO(이쿄), kwai(콰이), USB(언더 성수 브릿지) 크루 등을 눈여겨보고 있다. USB 크루의 컴필레이션 앨범의 경우 제가 제작비를 지원했고 피처링으로도 참여했다.”
-떠오르는 신인 아티스트들이 정말 많다.
△“음악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예전처럼 2~3명만 꼽기 어렵다. 최근 ‘오픈 창동’ 송캠프에 호스트로 참여하면서도 느낀 부분이다. 음악 잘하고 기발한 친구들이 많은데 이들을 담고 소개하긴 어려운 환경이다. 코로나19 때문에 활동 무대 또한 줄었다. 그래서 여건이 된다면 후배 아티스트들을 서포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레이블 수장일 땐 ‘회사로 데려가려고 하는 거 아니야?’ 같은 시선 때문에 서포트를 주저했던 부분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활발해질 것 같다. ‘쇼미더머니’가 신을 독점하면 안 된다. 다양한 창구가 생겨야 신이 건강해질 수 있고 경연 프로그램이 아닌 곳에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아티스트들이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힙합신의 긍정적인 발전을 위해 저도 힘을 보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