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홀 앞에 두고 뒤땅이라니”
11일 막 내린 프레지던츠컵은 30번째 경기에서 승부가 갈렸다. 주인공은 각각 추천 선수로 출전 명단에 오른 배상문과 빌 하스(미국)다.
앞선 싱글 매치플레이 11경기(전체 29경기)가 끝났을 때 인터내셔널팀과 미국팀의 중간 승점은 14.5-14.5로 동점이었다. 배상문과 하스의 일대일 맞대결 결과로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었다.
포볼과 포섬 경기에서 2승1무를 기록하며 인터내셔널팀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배상문은 하스와의싱글 매치플레이에서 시종일관 끌려갔다.
1홀차로 뒤진 채 17번홀(파3)에 올라선 배상문은 티샷을 그린 앞 벙커에 빠뜨리는 실수를 범했다. 그러나 홀 옆에 붙이는 환상적인 벙커샷으로 컨시드를 받고 승부를 18번홀(파5)로 이어갔다.
티샷은 페어웨이를 향해 잘 날아갔다. 240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이 그린에 미치지 못했지만 하스의 두 번째 샷이 그린 옆 벙커에 빠져 배상문에게 승산이 있었다.
그러나 배상문은 세 번째 샷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여러 차례 연습 스윙을 한 뒤 신중하게 샷을 날렸지만 애석하게도 뒤땅을 치고 말았다. 볼은 다시 급경사를 타고 내려왔고, 배상문은 머리를 감싸 쥐며 한참동안 주저앉았다.
◇“1m 퍼트가 홀을 빗겨가다니”
불운은 인도 출신으로 프레지던츠컵에 첫 출전한 라히리에게도 찾아왔다. 라히리는 퍼트가 문제였다.
미국팀의 크리스 커크와 맞붙은 라히리는 1홀 차로 끌려가다가 14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동률을 만들었다. 이들은 17번홀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마지막 18번홀. 라히리는 세 번째 샷을 홀 1m 붙여 버디 기회를 잡았다. 반면 커크의 세 번째 샷은 5m 가량 멀어졌다. 이를 지켜보던 미국팀 멤버들의 얼굴은 굳어졌고, 인터내셔널팀은 축제 분위기였다.
거리가 먼 커크가 먼저 퍼트를 했다. 내리막을 따라 서서히 굴러가던 볼은 거짓말처럼 홀로 사라졌다. 미국팀은 서로를 얼싸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버디를 허용했지만 가까운 거리라 라히리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무승부로 끝내도 승점을 보탤 수 있다. 하지만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라히리의 퍼터를 떠난 볼은 홀 오른쪽을 스치더니 홀을 외면했다. 결과만을 놓고 보면 팀의 패배를 막을 수 있는 천금같은 0.5점이 날아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