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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아시아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빙속 2연패를 이뤄낸 이상화(25·서울 시청)는 끼가 많다. 남들 앞에 서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이 알아보는 시선도 즐길 줄 안다. 당당한 청춘이다. 게다가 어디가서 꿀리지 않을 미모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당연히 연예인을 했어도 성공했을 거란 소리 좀 들으며 살았다. 기회도 있었다. 4년 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 일약 국민영웅으로 떠올랐던 때다. 각종 연예프로그램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당시 나이 고작 스물 하나. 이상화는 한참 신이 난 얼굴로 브라운관을 누볐다.
그러던 이상화가 어느 날 갑자기 TV에서 사라졌다. 인기는 여전했고 찾는 곳도 많았지만 스스로 빙상장으로 돌아왔다. 연예계 쪽으로 뚫려 있던 다리는 끊어 버렸다. 그는 그 이유를 “시시해서”라고 했다.
최근 몇년 간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1위는 단연 연예인이다. 청소년기에도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러다가 20대에 접어들면 대기업 직원, 공무원, 교사 등 현실적인 희망이 상위에 올라온다. 이유는 비슷하다. 단기간에 유명세를 얻고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서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가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달은 뒤엔 안정적인 직업을 찾게 되는 것이다. 사실 내가 뭘 정말 좋아하고, 무엇을 가장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그 다음이다.
물론 우리 청춘들은 이상화와는 다르다. 공정하게 경쟁하고, 원하는 것을 하면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은 마련돼 있지 않다. 학비와 취업 걱정부터 해야 하는 청춘이 꿈을 갖고 도전할 용기를 갖는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꿈을 향해 노력하라’고 주문하기 전에 맘껏 부딪쳐 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먼저다. 이상화의 성공은 이처럼 기성세대에도 묵직한 숙제를 안겨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