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댓 엑스트라]병풍역할, 아니죠~

  • 등록 2010-07-30 오후 4:00:34

    수정 2010-07-30 오후 6:02:09

▲ MBC 드라마 `대장금`에서 이벤트로 마련된 일반인 출연 경매를 통해 엑스트라로 출연한 사람들.

[이데일리 SPN 김은구 기자] 보조출연자가 그저 서 있거나 걸을 줄만 알면 할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연기력을 갖춰야 대우를 받는다.

단순한 행인 역할이 주어질 수도 있지만 등장인물의 감정 표현을 도와주거나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장면에 투입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SBS 드라마국 김영섭 CP는 “과거에는 보조출연자들이 주인공 뒤에 그냥 서 있기만 해서 `병풍역할`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청자들의 눈높이와 작품의 수준이 높아져 보조출연자들도 연기력을 갖춘 사람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폭력조직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보스인 주인공이 조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화를 내고 있는데 뒤에 조직원 역할로 서 있는 보조출연자들이 웃고 있다면 요즘 시청자들은 바로 `옥에 티`로 지적한다. 이 장면에서 조직원들은 보스를 두려워하거나 반성하는 표정연기를 해줘야 한다는 게 김영섭 CP의 설명이다.

KBS `애정의 조건`, `장밋빛 인생`, `행복한 여자`, `미워도 다시 한번 2009` 등을 연출한 김종창 PD는 “병원 신에서 간호사 역, 나이트클럽에서 춤추는 장면 등 특수한 상황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보조출연자들을 따로 요청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드라마, 영화 촬영현장에는 보조출연자를 보내주는 기획사에서 나온 진행반장들이 있다. 이들은 드라마 스태프와 다음날 촬영에 필요한 보조출연자 숫자와 인물들의 배치 등을 협의하고 보조출연자들을 부른다. 그저 지나가는 사람 1, 2 같은 역할은 누가 해도 상관이 없지만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역이라면 실제 간호사처럼 보이도록 행동을 해줘야 한다. 또 나이트클럽에서 춤추는 장면에서는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연출을 오래 하다 보면 그런 특수한 장면에서 무리 없이 연기하는 보조출연자들이 눈에 띄고 이를 기억하고 있다가 비슷한 장면에서 다시 찾는 PD들도 있다. 진행반장들도 `어떤 장면에 어떤 보조출연자`라는 식으로 리스트를 적어 다니며 수시로 연출진과 의견교환도 한다고 김종창 PD는 설명했다.

보조출연자들이 연기력을 갖추고 있으면 촬영 진행도 수월하다. 같은 장면을 수차례 반복해 촬영을 하는데 보조출연자의 동선이 매번 달라진다면 NG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줄 아는 보조출연자를 제작진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김종창 PD는 “그러다 보니 한 보조출연자에게 출연 요청이 쇄도해 어떤 날은 그 보조출연자의 모습을 방송 3사 3개 드라마에서 모두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보조출연자들을 프로그램에 공급하는 기획사들에서는 드라마, 영화 촬영장에 한꺼번에 이동하고 촬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만큼 시간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책임감과 인내력 등을 가질 것 등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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