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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지난 10일 개봉한 홍기선 감독의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서울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 가게의 화장실에서 일어났던 대학생 고 조중필씨 살해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조중필씨는 단지 화장실에 있었다는 이유로 살해당했다. 사건 발생 이틀 만에 미국 국적의 십대 소년 두 명이 피의자로 붙잡혔다. 구속된 이들은 재판과정에서 풀려났다. 피의자들이 조중필씨 살해 현장에 있었지만 서로가 범인이라고 지목했고 증거는 나오지 않아서였다.
최근 이데일리SPN과 만난 장근석은 이 영화에서 피의자 중 한 명인 피어슨 역을 맡았다. 장근석은 당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중필 사건’에 대해 어렸을 적부터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1987년생인 장근석이 자신이 열 살 무렵에 벌어진 일을 어떻게 해서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장근석은 데뷔 10년차가 넘은 연예인 이전에 세상사에 관심이 많은 20대 청년 대학생이었다.
-대학교 생활(한양대 연극학과 재학중)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기억나는 수업은 무엇이 있었나?
▲1학기 때 정치외교학과의 전공인 한국정치외교사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제가 수업에 들어가자 다들 이상하게 쳐다봤다. 그들 눈에 나는 같은 학생이라기보다 연예인 아니던가? 그에 아랑곳 안하고 교수님이 질문할 때 앞장서서 발표를 했다. 정확히 모르더라도 평소 생각을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다보니 교수님도 좋아하시고 수업 듣는 다른 친구들도 발표를 많이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타과 전공시간에 아무것도 모르는 연극학과 학생이 와서 수업 분위기를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발표하기를 주저했다. 그랬더니 교수님이 따로 불러 왜 발표 안하냐고 걱정해주셨다. 그런 수업 과정이 재미있고 인상적이었다. 사실 얕은 지식으로 발표를 많이 했는데 많이 수용해주셨다. 물론 한국정치외교사 수업이 학점을 잘 주신다는 이야기를 사전에 알고는 있었다(웃음)
-어렸을 적부터 연예인 생활을 했기에 대학 생활이 오히려 낯설지는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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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영화에 출연한 정진영이나 홍기선 감독은 대학 재학시절 소위 운동권으로 이름을 날렸던 분들이다. 혹시라도 그 분들에게 당시 후일담 같은 것을 듣지는 않았나?
▲그 시대에 대학을 다니신 분들이 지금과는 여러 가지로 달랐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감독님은 굉장히 무서운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굉장히 겁을 먹고 촬영장에 갔는데 감독님은 전혀 그런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별 말씀 없이 묵묵히 배우들의 의견을 존중해주셨다. 진영선배는 즐거운 인생에서 워낙 좋은셨기 때문에 별 걱정 안했다. 진영 선배가 서울대 출신인 건 알았지만 운동권 출신인 줄을 잘 몰랐다. 선배가 그 시절에 대해 이야기를 하신 것도 없고. 그냥 편하고 좋은 선배들이었다.
-억압당하는 노동자, 비전향장기수등 사회적인 소재를 다룬 홍 감독의 전작 스타일이나 ‘이태원 살인사건’의 소재를 봤을 때 청춘스타인 장근석의 출연이 이외라는 시선이 많았다. 알고 있었나?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렇지만 어렸을 적 실제 사건에 대한 보도를 보고 왜 저런 일이 일어났을까? 궁금해 어머니에게 물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그 사건을 다룬 걸 보면서 화가 나기도 했다. 어쨌든 충무로에 ‘이태원 살인사건’의 시나리오가 돌고 있다는 걸 알고 나서 그 시나리오를 구해다 읽고 꼭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침 ‘즐거운 인생’에서 연을 맺은 정진영 선배도 추천을 해주셨다.
-살인을 저지르고 죄의식이 없는 10대 연기를 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극중 피의자인 피어슨과 알렉스는 서로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근석씨가 생각하기에는 누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나.
▲범인이 누군가라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범인이 누구인가를 묻는다면 할리우드의 스릴러 영화가 되었을 거다. 하지만 감독님은 그런 부분을 피해가셨다. 오히려 재미로 사람을 죽이고 자기가 범인이 아니라고 믿는 십대 소년들. 누군가 억울하게 죽은 상황에서 그걸 방치하는 시스템. 그런 것이 이번 영화가 묻고자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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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이태원 살인사건’은 당시 한미관계나 여러 가지 시사적인 문제를 염두에 두고 봐야하는 영화다. 20대 청춘스타와 시사 문제와는 잘 매치가 되지 않는데 부담이 되지는 않았나?
▲어렸을 적 ‘PD수첩’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을 자주 봤다. 또래의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시사문제에 관심이 컸다. 그래서 특별히 부담이 되거나 어색한 소재는 아니었다.
요즘 20대 대학생들이 시사나 정치 문제 등에 대해 흥미를 잃었다고 지적을 많이 하는데 솔직히 그런 문제제기에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요즘 대학생들이 개인주의적이고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하지만 그건 과거의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은 아닐까? 친구들과 술 먹을 때 이외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우리 나름대로 갑론을박하며 결론을 내린다. 우리 사회에 관심을 가진 친구들이 아직은 많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어른들이 겉에서 보기에는 그렇지 않을 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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