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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는 11일 수원종합운동장 내 위치한 수원시체육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검은색 수원FC 트레이닝복 상·하의를 입고 등장한 손준호는 처음에 여유로운 모습으로 취재진에게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이 시작되고 준비한 내용을 읽으면서 과거 악몽이 떠오르는 듯 연신 눈물을 흘렸다.
이 자리에 손준호는 “중국 초양시에 있는 구치소에 도착해 조사가 시작됐는데 갑자기 공안은 말도 안 되는 혐의를 제시했다”며 “인정하지 않을 경우 아내를 체포해 같이 이곳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고 했다.
손준호는 “공안이 핸드폰 속 딸과 아들을 보여주며 ‘아이들은 죄가 없지 않냐! 엄마가 이 곳에 오면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냐? 아이들도 아빠가 보고 싶지 않겠나?’고 했다”며 “공항에서 체포된 이후 가족들이 한국을 갔는지, 중국에 남아 있는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없는 상태라 겁이 너무 났고 가족만 생각났다”고 당시 상황을 털어놓았다.
이어 “공안이 ‘지금이라도 혐의를 인정하면 빠르면 7~15일 뒤 나갈 수 있다. 너는 외국인이고, 외교 간 문제도 있고 보석을 할 수 있다’고 회유했다”며 “너무 겁이 났고, 살면서 이런 적이 처음이었다. 나보다 가족 걱정이 크게 났다.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손준호는 “진술 번복한 후 무혐의 주장을 하자 터무니 없는 증거들을 가지고 와 다시 혐의를 인정하라고 압박했다”며 “수개월 동안 단 몇 번의 조사만 받았다. 공안 조사 단계에서 수사 과정, 영상과 음성 파일을 변호사에게 보여달라고 신청을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공안은 조사 영상만 있지 음성 내용은 없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손준호는 “재판 전 판사가 고위 간부로 보이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며 ‘넌 절대 무혐의로 나갈 수 없다. 무언가 하나라도 인정을 안 하면 외교적 문제가 발생한다. 인정 안 하면 언제 여기서 나갈지 모른다’고 했다”며 “‘20만 위안을 받았다고 하면 석방을 해주겠다’고 했다. 또 ‘한국에서 축구선수 경력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승부조작은 치명적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판사는 승부조작이 아닌 개인 금품수수 혐의다고 했다”며 “‘한 경기 승리 수당이 16만 위안이었는데 고작 20만 위안을 받고 승부조작 판정이 나올 수 있겠나’라고 생각했다”고 반박했다.
손준호는 “약 10개월 동안 20명이 넘게 사는 좁은 방에서 혼자 한국인으로서 하루에 말 한 마디도 못하고 철조망 같은 곳, 창문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너무 힘들게 생활했다”며 “심신이 모두 지쳐 더 이상 그곳에서 하루라도 빨리 탈출을 해야 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루빨리 한국 땅으로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중국축구협회는 지난 10일 “사법기관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손준호가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려고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해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며 “손준호의 축구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평생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협회는 이날 손준호를 포함해 산둥 타이산과 선양 훙윈, 장쑤 쑤닝, 상하이 선화 등에서 뛰었던 선수 43명에게 영구 제명 징계를, 17명에게는 5년 자격 정지 징계를 각각 내렸다.
손준호는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다 공안에 연행됐고 이후 ‘비국가공작인원 수뢰죄’라는 혐의로 형사 구류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그동안 산둥으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손준호 측은 강하게 부인해왔다.
손준호는 지난 3월 석방돼 귀국했고, 6월 수원FC에 입단해 현재 K리그1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축구협회가 영구 제명 징계를 내렸고 이를 국제축구연맹(FIFA)가 인정하게 되면 손준호는 국내에서로 축구선수로서 활동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