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도 못한 성과 이룬 김민선, 고정관념 바꾸니 잠재력 폭발

  • 등록 2022-11-14 오후 4:03:37

    수정 2022-11-14 오후 4:06:32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간판 김민선.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단거리 간판 김민선(23·의정부시청)이 그동안의 아픔과 시련을 딛고 잠재력을 완전히 꽃피웠다.

김민선은 13일(한국시간)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서 열린 2022~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 여자 1000m 디비전A(1부리그)에서 1분15초82를 기록, 유타 레이르담(네덜란드·1분15초6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상 월드컵 여자 1000m에서 은메달 이상 성적을 낸 것은 김민선이 최초다. 여자 500m에서 올림픽 2연패 및 3연속 메달을 수확하고 지금도 세계 신기록을 보유한 ‘빙속 여제’ 이상화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이상화는 월드컵 1000m에선 동메달 2개만 따냈다.

지난 시즌 여자 1000m 월드컵 랭킹 16위였던 김민선은 전날 여자 500m에서 우승한 데 이어 여자 1000m까지 은메달을 따내면서 진정한 단거리 세계 톱클래스로 성장했음을 증명했다.

특히 이번 은메달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여자 1000m 금메달리스트인 다카기 미호(1분16초41·동메달)를 꺾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컸다.

김민선은 주니어 시절부터 이상화의 뒤를 이을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았다. 2017년 12월에 열린 2017~18시즌 월드컵 4차 대회에서 이상화가 보유했던 여자 500m 주니어 세계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시련이 뒤따랐다. 특히 고질적인 허리 통증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제대로 허리를 펴기도 힘든 상황에서 아픔을 견디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여자 500m에서 16위에 그쳤다. 자기 최고 기록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 결과에 한참이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김민선은 의정부시청에서 제갈성렬 감독으로부터 지도를 받으면서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제갈성렬 감독은 무리한 훈련 대신 허리 부상 치료를 병행하면서 관리에 주력했다.

특히 중거리 훈련을 함께한 것이 큰 효과를 봤다. 김민선은 단거리 선수로서 폭발적인 순발력과 탁월한 스케이팅 능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체격이 작다 보니 레이스 후반 스피드를 끌고 나갈 힘이 부족했다.

제갈성렬 감독은 지구력 훈련으로 이 같은 약점을 만회했다. 500m 주종목 선수는 스타트와 근력 훈련에 집중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렸다. 대신 중거리 훈련을 통해 지구력을 늘리기로 했다. 1000m, 1500m를 병행하면서 기술적인 장점을 극대화했다.

꾸준한 치료 덕분에 허리 통증도 많이 호전됐다. 부상 때문에 많이 하지 못했던 근력 훈련도 강도를 높일 수 있었다. 그 결과 지난 시즌부터 국제대회에서 눈에 띄는 성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2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여자 500m에서 7위를 차지한 데 이어 3월 ISU 월드컵 파이널 여자 500m에서 생애 첫 월드컵 메달(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시즌 성과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김민선은 올 시즌 첫 월드컵 대회부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새 시즌 첫 월드컵인 이번 대회에서 여자 500m 금메달을 목에 건데 이어 여자 1000m에서도 은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제갈성렬 감독은 “김민선은 3년 전부터 지구력을 보완하면서 1000m, 1500m도 꾸준히 준비해 왔다”며 “500m를 주종목으로 했던 선수가 1000m까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선 것은 대단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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