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하루에 250여 명의 지원자를 봤다. 1인당 3분씩만 잡아도 꼬박 12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는 될성부른 떡잎을 찾고자 했다. 어느 정도 음악적 기본기를 장착한 실용음악과 입시생이라면 꽤 괜찮은 재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소위 ‘건질 만한 물건’은 없었다. 그는 “몸보다 정신적으로 더 피로했으나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대충’ 판단해 희비를 가르고 싶진 않아 열심히 했다”면서도 “다시는 면접관으로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괴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는 “국내 대중음악 발전에 이바지해왔다고 자부한 내가 허울 좋은 심사위원 자격으로 이 자리에 앉아 대학 측의 돈벌이 수단에 이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씁쓸했다”고 털어놨다.
대학이 시대의 흐름에 부응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한 예대가 실용음악과를 제외한 모든 과의 정원이 미달해 문을 닫기로 한 점을 떠올리면 그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이해할 만 하다.
문제는 대학이 이들 관련학과를 학생 유치 카드로만 삼는데 그친다는 것이다. 커리큘럼도 사실상 천편일률적이다. 실습실이나 역량 있는 지도자가 부족하다. 유명 가수·작곡가 등을 교수진으로 영입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들의 유명세로 졸업생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보지만 취업률을 의식한 홍보 간판에 불과하단 지적이 나온다.
정작 미안해해야 하는 이는 따로 있을 듯하다. 한 실용음악과 학생은 “등록금도 다른 과에 비해 비싸다. 솔직히 그 돈이면 더 좋은 음악 장비를 마련하거나 외국 유학을 다녀오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발전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다.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것은 좋으나 다 함께 맛있게 먹는 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