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추락하는 MBC, 사실은 날고 있다

  • 등록 2012-02-20 오후 6:46:15

    수정 2012-02-20 오후 7:55:46

 
▲ MBC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MBC 노동조합 파업이 3주째를 넘어서며 시청률이 폭락하고 있다. 주말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은 반토막 났고, 간판 뉴스 프로그램 역시 파행 운영 속에 시청률이 바닥을 헤매고 있다.

20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방송된 MBC 주말 예능 `우리들의 일밤`의 `룰루랄라`와 `나는 가수다`는 각각 시청률 1.9%(이하 전국 기준)와 5.1%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우스갯소리로 애국가 시청률보다 못하거나 조금 나은 수치다.   이날 MBC 전체를 통틀어 시청률 10%를 넘긴 정규 편성 프로그램은 주말 드라마 `신들의 만찬`(12.9%) 단 하나다. KBS2의 `오작교형제들`(36.3%), `개그콘서트`(23.3%), `해피선데이`(18.2%) 등 총 6개 프로그램이 10%를 넘긴 것과 대조적이다. KBS1도 4개, SBS도 5개 프로그램이 10%를 넘겼다. 프로그램의 시청률과 질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KBS2 `1박2일` 재방송이 11.0%를 보인 상황에 MBC는 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 MBC 파업에 반사 이익을 본 KBS와 SBS의 기자 또는 제작진의 기분이 마냥 좋을리 만도 없다. 자신들 역시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KBS의 한 기자는 "정권의 나팔수이자 하수인으로 전락한 방송을 살리겠다고 파업을 단행한 MBC 노조를 속마음으로나마 지지한다"며 "밥줄을 담보로 한 투쟁이 얼마나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우리도 잘 알기에 남 얘기 같지 않다"고 말했다.

`모든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말이 있다. 독일 시인 잉게보르크 바하만의 작품 `잔치는 끝났다`의 한 구절이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그나마 날개가 있었기에 추락하는 일도 있는 셈이다. MBC는 한때 잘 날았다. 그러다가 어느새 `이제는 하늘을 나는 게 꿈이 돼 버렸다`고 MBC 노조는 주장한다.

혹자는 말했다. `아무리 땅을 박차고 뛰어봐도 하늘로 날아오르지 못할 때 한 가지 방법이 있다`고. 오히려 낭떠러지에서 추락하는 것이다. 적어도 떨어지는 동안만큼은 허공을 날 수 있다. 비록 끝내 날개를 펴지 못하고 그 끝에 기다리는 것이 비극이라 할지라도. 그게 지금의 MBC다. 바로 환골탈태할 때다.

MBC 노조는 지난 1월27일 찬반투표를 시행, 조합원 69.4%의 찬성률로 같은 달 30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노조는 김재철 MBC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사측은 이를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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