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 쉼 없이 달려온 8년 간 하지 못했던 이야기(인터뷰①)

  • 등록 2009-01-01 오전 8:05:56

    수정 2009-01-08 오전 10:11:50

▲ 가수 보아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작은 고추가 맵다’

‘아시아의 별’ 보아(24)를 만나고 든 생각이었다. 목소리는 아직도 소녀티를 벗지 못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선 고수(?)의 여유로움이 오롯이 묻어났다. 만들어진 스타라는 외부의 날 선 시선에 대해 묻자 “과연 만들어지지 않은 스타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라고 되묻는 스물네 살 숙녀의 말에는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확신과 강단도 느껴졌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데뷔해 일본 음악시장으로 건너가 당당히 태극기를 꽂고 이제는 미국 대륙으로 진출해 또 다시 뛰기 시작한 보아. 더없이 치열했을 지난 8년간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최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주점을 찾았다.

진출, 또 다른 나를 찾는 과정..."빌보드 탑 100 진입이 목표"

가수 보아에게 미국은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한국과 일본 등에서 여가수로서 정상을 차지한 그녀에게 어쩌면 아시아는 ‘고인 물’이었을지 모른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가 있기에 새로운 시도에 있어 소극적으로 변할 수도 있고 ‘변화’에 무뎌질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안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보아가 선택한 것은 미국 음반 시장행 티켓이었다.

“솔직히 아시아 쪽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해도 많이 부담이 됐어요 어느 정도 위치에 있다 보니 오히려 도전을 하기가 힘들더라구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철저한 신인이라 음악하는 것에 있어서 제한도 없고 변신의 폭이 오히려 넓어졌어요. 기존의 제 음악 스타일과 저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는 사람들이니 노래는 물론 안무 등에서도 새로운 도전도 가능하다고 생각했구요”

보아는 이와 같은 미국 시장 진출을 “또 하나의 나를 찾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그녀의 이와 같은 미국행은 아직 현지에서 큰 빛을 보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반향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지난 10월 공개한 미국 진출 데뷔곡 ‘잇 유 업’(Eat You Up)은 온라인에 공개하자 마자 일본과 이탈리아 아이튠스 차트에서는 1위를 차지했고 미국에서는 동 차트 2위를 차지했다. 또 현재 이 노래는 빌보드 핫 댄스 클럽 플레이차트에서 크리스타 아길레라에 이어 15위를 차지하고 있다.

“빌보드 메인 차트는 아니지만 클럽차트에서 좋은 성적이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에요. 물론 아직은 미국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사람들이 저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요. 그런데 순위에 대한 조바심은 내지 않으려구요. 제가 일본에서 오리콘차트에 입성하는 데 까지만 해도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거든요. 미국이란 시장은 아무래도 더 큰 시장이기에 조바심내지 않고 좋은 프로듀서와 뮤지션들과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을 현재로서는 즐기고 싶어요. 아니 아직 배우고 있는 입장이라는 게 맞는 표현 같아요”

현재 보아는 미국 R&B의 신예 리하나를 데뷔 시킨 브라이언 케네디와 브리트니 스피어스, 비욘세, 퍼기, 넬리 등과 작업한 션 가렛 등 유명 프로듀서와 함께 미국 첫 정규앨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션 가렛은 빅뱅의 대성과 태양도 그의 음악에 심취해 있다고 고백할 만큼 미국 힙합 음악계의 거목으로 알려져 있는 유명인사다.

▲ 가수 보아

그렇다면 보아와 작업하고 있는 현지 스태프들은 그녀의 미국 진출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보아는 “션 가렛에게 ‘너는 목소리가 특색 있다’는 칭찬을 받은 적 있다”며 “’너는 열심히 일하는 게 눈에 보인다. 그래서 잘 될 것 같다’고 말해줘 많은 힘이 됐다”고 수줍게 말했다. 아직까지 춤은 잘 추지만 가창력 좋다는 소리를 한 번도 듣지 못했는데 현지 스태프들에게 칭찬을 들어 자신도 놀랐다는 게 그녀의 말이다. 또 “한 안무가는 ‘넌 가수 안하고 미국에서 댄서로 활동해도 먹고 살 순 있겠다’고 말해 한번 해 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보아에게 미국은 아직 넘기 힘든 높은 벽이다. 일본에서의 음악 활동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작 환경에서는 어려움이 없지만 그녀에게 현지 영어 특히 엔터테인먼트 전문 용어들은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당연히 노래를 영어로 제대로 소화하는 것이 가장 벅찬 일이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보아는 이에 “아직 먼 길이지만 빌보드 메인 차트 100위 안에 드는 것이 꿈”이라는 말로 현지 공략에 있어 한 단계씩 천천히 발을 내딛을 뜻을 전했다.

◇ 데뷔 8년 보아, "이젠 쉴 수도 있고 아래로 내려갈 용기도 있다"

지난 8년간 성공가도를 달려 온 보아를 보는 시선은 두 가지로 나뉜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파워풀한 가창력과 춤에 대한 열광이 하나라면 어렸을 때부터 연예계에 데뷔해 평범한 삶을 송두리째 포기해야 하는 것에 대한 연민이 다른 하나다.

“인터뷰나 다른 일반인분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이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잃어서 힘들지 않느냐’라는 질문이에요. 하지만 이런 질문은 저 뿐만 아니라 어렸을 적 데뷔해 연기 생활을 이어 온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질거에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어렸을 때 차곡 쌓아온 것이 결과적으로는 더 도움이 됐다고 봐요. 그 만큼 여유가 많이 생긴 것도 사실이구요. 예전에는 사다리의 더 높은 곳에 오르려고 조급해 했었는데 이제는 올라가다가 잘 안되면 쉬기도 하고 또 더 힘들면 내려갔다 다시 올라 가면 되겠지라는 생각까지 들게 되더라구요”

스물 넷이란 나이의 젊은이에게는 좀처럼 듣기 힘든 ‘득도’의 말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지난 8년 동안 연예계의 산전수전을 겪으며 그녀는 그렇게 여유로워져 있었다. 바람이 불면 부러지지 않으려 꼿꼿이 몸을 일으켜 부러지기 보다는 때론 굽힐 줄도 아는 대나무의 미덕이 이제 보아에겐 삶의 한 방식이 된 듯 보였다.

보아는 지금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아니 자신이 꿈꾸던 인생의 길 어느 정도에 그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보아는 “이 보다 좋을 수 없다”는 말로 자신의 현 상황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데뷔할 때만 해도 음악방송 1위가 꿈이었다”며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여자 가수가 시상식에서 대상을 탄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는데 이도 이뤘고, 일본도 이러다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어느 순간 오리콘에서 1위를 하고 음반 판매 백 만장을 돌파했다. 제가 바랐던 것 보다 이미 훨씬 더 멀리 왔다”고 겸손함을 내비쳤다.

보아는 이제 자신의 목표는 순위 보다는 그 만의 음악적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음악 스타일을 만들고 그것을 팬들이 좋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자신의 최종 목표라는 것이 그녀의 말이다.
▲ 가수 보아

◇ "연애? 당당하고 저를 아껴줄 수 있는 남자라면 언제나 OK"

어린 나이에 데뷔해 이미 누구나 인정하는 ‘파워 우먼’이 된 보아에게도 ‘여자 보아’에 대한 욕구는 누구 못지 않았다. 결혼에 대해 묻자 “저도 사람인데 당연히 해야죠”라고 바로 응수한 것이나 “사람들에게 섹시하다는 말을 들어보는 게 소원이에요”라는 말에는 스물 넷 여자로서의 여린 속내가 드러나기도 했다.

보아는 “저는 괜찮은데 지금까지 대부분의 남자들이 제가 시간이 없어 대부분 도망가버더라”며 “이런 저의 생활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과 저를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빨리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형을 묻자 보아는 “옛날에는 장동건 오빠만 생각하고 그랬는데 얼굴은 이제 안보게 됐다”며 “당당하고 마음 따뜻한 남자면 된다. 그리고 내가 배울 수 있는 남자였으면 좋겠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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