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작전' 하정우 "고난 전문 배우? 철저히 재미로 택했을 뿐"[인터뷰]①

"사실 '판수' 역 탐났다…1번 캐릭터는 그만 맡고파"
"촬영 과정? 고생 종합 선물세트…음식 때문에 힘들어"
  • 등록 2023-07-24 오후 4:18:46

    수정 2023-07-24 오후 4:18:46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고난 전문 배우’란 타이틀이요? 하다 보니 이렇게 되는 것 같아요. 굳이 작품을 고르는 기준을 뽑자면 철저히 재미죠.”

영화 ‘터널’, 넷플릭스 ‘수리남’에 이어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으로 관객을 만나는 하정우가 대중이 붙여준 수식어 ‘고난 전문 배우’란 타이틀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충무로의 흥행 보증수표 하정우. 영화 ‘추격자’, ‘국가대표’를 비롯해 ‘더 테러 라이브’, ‘터널’, 쌍천만 타이틀을 획득한 ‘신과함께’에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까지.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찌운 히트작들 속엔 나름의 흥행법칙이 있다. 하정우가 맡은 캐릭터가 겪는 고난이 커질수록 흥행이 잘 된다는 점이다. 모든 배우들이 작품을 하며 힘겨운 촬영 과정을 거치지만, 하정우는 유독 몸과 마음이 고생할수록 대중의 호응도 크게 돌아오곤 했다. ‘추격자’의 연쇄살인마 등 강렬한 캐릭터들도 많았지만, 하정우의 연기는 고난 속에서도 위트와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소시민을 그려낼 때 특히나 큰 울림을 발휘해왔다는 평이다.

그런 하정우가 올 여름 영화 ‘비공식작전’의 흙수저 외교관 ‘민준’으로 또 다른 고난의 서사를 펼친다. 앞서 쌍천만 시리즈 ‘신과함께’에서 검증된 호흡을 보여줬던 주지훈과 짠내, 액션, 티키타카 폭발 ‘버디물’로 돌아왔다. 팬데믹을 딛고 어렵게 모로코 로케이션으로 완성된 ‘비공식작전’이 한국영화에 희망이 되어줄지 주목된다.

하정우는 24일 오후 영화 ‘비공식작전’의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공식작전’은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하정우 분)과 현지 택시기사 판수(주지훈 분)의 버디 액션 영화다. 하정우는 19개월 만에 납치된 외교관이 살아있다는 연락을 받은 후 그를 구하러 홀로 레바논으로 떠나는 흙수저 외교관 ‘민준’ 역을 맡았다. ‘민준’은 학벌, 재력 등 내세울 것 없는 스펙 때문에 5년째 중동과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 피랍된 외교관의 구출을 홀로 수행한 공을 인정받아 미국 발령을 꿈꾸는 소시민적 캐릭터다. 하정우는 잿밥에만 관심을 갖던 민준이 혈혈단신 레바논으로 떠나 ‘판수’를 만나고 함께 고생하며 외교관을 구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외교관의 자세를 깨닫고 성장하는 과정을 생동감있게 표현해냈다.

‘비공식작전’은 극 중 주인공들의 고군분투처럼 촬영 과정 자체도 ‘고난 종합선물세트’에 가까웠던 작품. 시나리오는 2018년에 기획됐지만, 팬데믹 시기 셧다운으로 인해 촬영이 좌절된 후 2022년 2월 모로코 정부의 승낙을 겨우 받아 촬영을 재개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하정우는 “그 때 모로코에 들어갈 기회를 얻지 못하면 언제 이 영화를 다시 찍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던 상황이었는데 감사하게도 모로코 왕의 승낙을 받아 파리에서 집결해 전세기를 타고 모로코로 이동한 기억”이라며 “당시 ‘수리남’ 촬영으로 도미니카 공화국을 갔다와서 열흘 격리한 상태였다. 그 후 이틀 만에 파리로 출발해 검사를 받고 모로코 도착해서 또 5일을 격리했다. 개인적으로 도미니카공화국에서의 생활이 정말 힘들었는데 모로코는 그에 비해 치안이 잘 돼 있고 안전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나 문제는 음식이었다고. 하정우는 “모로코는 이슬람 국가라 먹고 마시는 제약이 심했다. 모든 레스토랑에서 술을 팔지 않았고, 돼지고기를 먹지 못했으며 가공육도 안 팔더라. 소시지와 미니돈까스를 좋아하는데 그런 음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 곳은 황소도 흑우도 없고 젖소만 있다. 또 고기에 마블링이 없어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장조림 뿐이었다”며 “거기선 소뼈를 따로 소비하지 않고 버리더라. 그 소뼈들을 수거해 사골로 끓여먹기도 했다. 젓갈이 너무 먹고 싶어서 수산시장을 찾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귀한 갑오징어를 많이 팔기에 그걸로 젓갈을 해 먹은 기억도 난다”고 덧붙였다.

다만 술과 여유를 즐길 수 없는 모로코의 척박한 환경이 오히려 촬영과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한 원천이 되기도 했다고.

하정우와 김성훈 감독의 호흡은 ‘터널’(2016)에 이어 ‘비공식작전’이 두 번째다. 하정우는 “전작 ‘터널’의 원작 소설은 상당히 비극적인 스토리다. 김성훈 감독은 그 무거운 소재에 블랙코미디적인 모습을 녹여 ‘터널’을 만드셨다”며 “고난의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보려 본인을 다독이고, 그 안에서 나름의 재미를 찾는 극 중 인물의 캐릭터가 김성훈 감독이 지닌 삶의 태도이기도 하지 않을까 싶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비공식작전’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땐 솔직히 피랍된 동료를 구출하러 들어가는데 주인공이 이런 가벼운 태도를 보여도 될까, 톤 앤 매너를 정하기 어려웠다”면서도, “오히려 그런 민준의 모습이 전작 ‘터널’과 비슷한 맥락에 놓여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고난을 어떻게든 헤쳐가보려는 그 사람만의 삶의 방식인 것이다. 그런 삶의 방식을 저 역시 좋아하고 감독님이 생각하는 삶의 태도와 방향성이 일치했던 게 아닐까 싶다”고 부연했다. 또 “피랍과 구출이란 클래식하고 단순한 이야기의 구조 덕분에 배우로서 자신이 표현해볼 수 있는 공간이 많다는 점에도 마음이 갔다”고도 첨언했다.

모로코에서 반 년 가까이 체류하며 쌓은 추억도 털어놨다. 하정우는 “다행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 하는 편이다. 무엇보다 해외 촬영할 땐 앞으로 살 내 집이다 생각하며 숙소 선택을 굉장히 신중히 한다”며 “호텔에서 묵지 않고 아파트에서 묵었다. 그리고 음식도 다 직접 해 먹었다. 한국 식재료를 미리 항공, 배편으로 주문해 넉넉히 준비해놨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250명의 모로코 스태프들과 수 개월을 호흡하니 헤어질 때쯤 이산가족이 헤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서로 울고 불고 난리도 아니었다”며 “참 정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어느 나라를 가든 영화를 하는 사람들이 작품을 위해 힘을 합치면 언어의 장벽을 초월하는 시너지가 발휘되는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비공식작전’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 않은 다채롭고 강렬한 액션신을 감상하는 게 관전포인트다. 카체이스부터 총격, 추격 액션 등 대부분의 장면들을 배우들이 직접 소화해냈다. 특히 하정우는 고소공포증을 갖고 있음에도 푹푹찌는 폭염 속에서 직접 와이어를 달고 고공 액션을 수행했다. 하정우는 “민준이 구출한 서기관님을 업고 건물 옥상에서 추격을 벌이는 신은 우리나라 옥천에서 촬영했다. 모로코에서 촬영한 장면에 담긴 빛을 옥천에서 똑같이 연결해 구현하는 데 애를 먹었다”며 “연기를 하다가도 구름이 조금이라도 끼면 촬영을 멈추가 해가 다시 등장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고소공포증이 있고 놀이기구도 잘 못 타는데 와이어를 달고 온 신경이 곤두선 채 액션을 찍는 과정이 힘들었다. 한 마디로 모든 과정이 ‘고생 종합선물세트’였다”고 떠올렸다.

‘고난 전문 배우’란 수식어에 대한 솔직한 속내도 털어놨다. 하정우는 “의식한 건 아니다.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면서도, “다만 공통점이 있다면 철저히 ‘재미’의 관점에서 고른 작품들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작품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택했고 실제로도 많은 재미를 발견했던 작품”이라며 “비슷한 고난 캐릭터를 맡는 데 대한 부담도 없다. 대중이 그렇게 봐주시니 요즘 시기가 그런 시기인가 보다 한다”고도 전했다.

다음번엔 자신이 1번 주인공인 작품보단 빌런이나 감초 등 2번, 3번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의외의 소망을 고백하기도. 하정우는 “사실 ‘비공식작전’의 판수 역이 매력있더라. ‘신과함께’ 때도 주지훈 씨가 맡은 해원맥 캐릭터가 참 탐이 났다”며 “요즘은 1번 캐릭터를 하기 너무 싫다. 1번 주인공이 가져야 할 책임감과 의무사항들이 부담이 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한편 ‘비공식작전’은 8월 2일 개봉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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