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장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소년 김민식

  • 등록 2010-08-17 오후 1:27:24

    수정 2010-08-17 오후 1:33:07

▲ 김응룡, 김성근 [사진제공=삼성, SK]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지난 2005년 3월2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한국야구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한국야구의 지나온 100년을 기억하고 다가올 100년을 기약하는 의미있는 자리였다.

공식 행사가 끝난 뒤엔 만찬이 이어졌다. 식사가 막 시작될 즈음, 사회자의 멘트가 들려왔다.

"식사 하시면서 한국 야구 꿈나무들을 만나보시죠. 얼마 전에 있었던 한국과 일본의 중학생들간 경기(경기도 대표) 영상인데요. 아주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합니다."

처음엔 별반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야기가 달라졌다. 단박에 눈길을 끄는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학생 치고는 무척 큼지막한 체구와 위에서 내리꽂는 다이내믹한 투구폼, 여기에 묵직해 보이는 볼 끝까지. 영상만으로도 좌중을 사로잡을만한 매력을 지닌 선수였다.

그 중 특히 눈을 떼지 못하는 두 사람이 있었다. 김응룡 삼성 사장(당시 삼성 감독)과 야인이던 김성근 SK 감독이 주인공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만찬이 끝난 뒤 "좋은 투수더라. 김응룡 감독이 특히 관심이 많더라. 앞으로 데려다 키워볼 생각이라고 하던데.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주인공은 당시 경기도 성남 매송중학교 2학년이던 좌완 투수 김민식이었다. 실제로 김응룡 사장은 3년 뒤(중3때 1년 유급) 김민식을 자신의 모교인 개성고(전 부산상고)에 입학 시켰고 이후 꾸준하게 지원했다.

김 사장은 해태 감독 시절에도 팀 입단 여부와 관계 없이 가능성 있는 아마 선수들을 지원하며 성장을 도운 바 있다.

김민식 역시 좋은 투수로 성장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그리고 지난 16일. 김민식은 2011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2순위로 SK에 지명된다.

김성근 감독은 드래프트가 끝나고도 한참 후에야 김민식의 이름을 듣게 된다. 김 감독은 이번 드래프트에 관여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별 반응이 없었다. 그러다 "개성고 출신 좌완에 김응룡 사장도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설명을 듣자 태도가 바뀌었다. "혹시 100주년 기념식때 영상에서 본 그 아이 아닌가. 맞아, 지금쯤이면 들어올 때가 됐어"라며 관심을 보였다.

김 감독은 "그때 그 아이가 맞을 거다. 김 사장도 나도 깜짝 놀랄 만큼 좋은 재능을 갖고 있는 투수였다. 그동안 어떻게 성장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5년 전, 한국 야구의 미래를 이야기하던 자리에서 한국 야구의 대표적인 명장 두명의 눈길을 한 몸에 받았던 김민식. 운명의 장난처럼 전면 드래프트는 그에게 SK 유니폼을 쥐어줬다.

김민식은 "김응룡 사장님이 개성고에 입학시켜주신 것이 맞다. 어떻게 저를 아셨는지는 몰랐다. 그저 중학교 때 감독님이 말씀해주셔서 그런가보다 했었다"며 "사실 어느 팀에 입단하게 될지 몰라 걱정이 많았는데 SK에 입단하게 돼 기쁘다. 인상이 인상인지라 화난 것 처럼 보였다는 분들이 많던데 사실 정말 좋았다"며 "김성근 감독님까지 나를 기억하신다니 영광이다. SK는 훈련량이 많은 팀이지만 야구는 어차피 힘든 운동이다. 최선을 다해서 좋은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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