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홈 구장인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는 지난 주말 세 경기 연속 매진을 이뤘다. 올 시즌에만 벌써 10번째 기록이다. 지난 해 한 시즌 동안 8번이었으니, 한화 야구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야구장에만 사람이 많은 것이 아니다. 한화 야구는 TV 컨텐츠로도 극강의 위력을 자랑하고 있다. 어지간한 접전 경기는 케이블 대박 조건인 1%를 2배 넘는 2%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기존의 시청률 제조기로 불린 속칭 ‘엘롯기(LG, 롯데, KIA)’를 넘어서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프로야구를 중계하는 5개사들은 이제 가장 먼저 한화 경기를 잡는데 1순위를 두고 있다.
한화가 리그를 뒤흔들 만큼 엄청난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18일 현재 20승19패로 전체 6위. 1위와 승차가 3.5 경기차에 불과하다. ‘위협적인’ 6위다. 그렇다고 모든 팀을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6년 중 5번의 꼴찌를 한 팀이 바로 한화였다. 그런 팀에서 감독 내부 승진 인사가 이뤄지면 개혁은 물 건너간다는 위기감과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마침 개혁과 혁신의 아이콘인 김성근 감독이 시장에 나와 있었다. 팬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김성근 감독 선임 릴레이를 했다. 여기에 반응을 보인 것이 한화 그룹이었다. 김승연 회장이 직접 나서 김 감독 영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자 팬들은 환호했다. 윗선에서 알아서 결정되던 감독 선임 문제에 팬들이 처음으로 영향력을 발휘한 사건이었다. 김성근 감독에겐 ‘팬들이 선임한 첫 감독’이란 타이틀이 붙었다. 구단이 팬들과 소통하는 전략은 금세 팬들의 반응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한화의 스토리는 진행 형이다. 한화는 17일 경기에서 7명의 투수를 가동하며 3연전 기간 중 가장 많은 투수를 투입했다. 마지막 투수 권혁은 2이닝 동안 볼넷 2개를 내줬을 뿐 안타 없이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3승째를 올렸다. 한화는 올 시즌 10개 구단 통틀어 유일하게 아직까지 3연패가 한 번도 없다는 기록을 만들어냈다. 앞서 올 시즌 2연패만 4차례 기록했고, 승률도 꾸준히 5할을 지키면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잇다.
마지막으로는 작품성이다. 앞서 한화의 경기력은 실망 그 자체였다. 모 해설위원은 “프로야구 수준을 떨어트리는 팀”이라는 혹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한화는 결코 만만한 팀이 아니다. 전력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결코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끈기 있는 야구를 펼쳐 매 경기가 한국시리즈와 같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0-6으로 뒤지던 경기를 7-6으로 기어코 역전한 17일 대전 넥센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져도 이해되는 패배를 하고,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야구. 팬들은 그런 한화 야구를 ‘마리한화’라고 부르며 열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