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의낭군님]②이준혁부터 한소희까지, 기억할 얼굴들

  • 등록 2018-10-24 오후 12:00:00

    수정 2018-10-24 오후 12:00:00

사진=에이스토리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무려 12.6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 지난 23일 방송한 케이블채널 tvN 월화 미니시리즈 ‘백일의 낭군님’(극본 노지설, 연출 이종재) 14회의 성적이다. 역대 tvN 드라마 TOP5에 해당하는 성적으로, 평일 기준으론 1위에 해당한다.

‘백일의 낭군님’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음모로 인해 기억을 잃은 왕세자 이율/원득(도경수 분)이 궁궐로 돌아가기까지 일반 백성으로 살았던 100일 동안의 이야기다. ‘왕자와 거지’를 원형으로 보편적인 재미를 준다. 여기서 그쳤다면 평범한 퓨전사극이었겠지만, 노지설 작가는 디테일을 비틀고, 풍성한 인물군을 더했다. 중간 유입이 쉬우면서 한 번 보기 시작한 이상 리모콘을 돌리기 어려운 이유다.

사진=에이스토리
여기서 주변 인물들의 역할이 생긴다. 좌의정 김차언(조성하 분)과 “내 무능 탓이다”를 반복하는 왕(조한철 분), 왕세자 자리를 노리는 중전(오연아 분)은 궁중 암투를 담당한다. 초반은 원득과 홍심 부부의 로맨스에 집중했다면 중반부터 이들의 권력 싸움이 본격화됐다. 베테랑 배우들이 주는 무게감 덕분에 16회까지 힘있게 흘러가고 있다.

정 많은 따뜻한 송주현 사람들도 빼놓을 수 없다. 시트콤에 가까운 코믹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사람 ‘줍는’ 능력을 가진 연씨(정해균 분)부터 원득-홍심(남지현 분)의 든든한 지원군 구돌(김기두 분)-끝녀(이민지 분) 부부, 얄밉지만 속정 깊은 아전(이준혁 분), 밉상인 박영감(안석환 분) 등 다양하다. 세상 물정 모르는 원득을 속인 고리대금업자 마칠(정수교 분)까지 중반부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나만 불편하느냐”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까칠한 원득조차 그들과 관계맺음 속에서 생의 온기를 찾아간다.

사진=에이스토리
이밖에도 충심과 연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정제윤(김선호 분), 살기 위해 살수가 된 무연(김재영 분), 궁보다 송주현이 어울리는 해맑은 김수지(허정민 분) 등이 있다. 제각각 역할을 수행하며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입체성이다. 세자빈(한소희 분)이 대표적이다. 무연과 서원대군(지민혁 분)의 마음을 사로잡지만 정작 남편인 이율의 마음은 얻지 못한다. 부친인 김차언을 움직이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목표하는 바를 이루고자 움직인다. 단순히 긴장감을 주는 역할 그 이상을 해낸다. 악역처럼 그려지는 이들도 모두 이유가 있다. 살수들마저 그들 사이엔 우정과 의리가 있다.

이는 결국 대본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애들은 소학! 어른들은 야설!”이란 외치는 저잣거리 책장수는 단역에 불과하지만, 초반에 이어 중반부 재등장해 원득이 기억을 자극한다. 스쳐지나갈 법한 소소한 장치이지만 꽉 찬 짜임새에 한 몫한다는 반응이다. ‘닥터챔프’, ‘여인의 향기’,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등을 집필한 노지설 작가의 저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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