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왕자' 이승엽 앞에 채태인 있었다

  • 등록 2014-06-29 오후 8:14:00

    수정 2014-06-29 오후 8:14:00

삼성 채태인(오른쪽)이 3회 이승엽의 투런 홈런때 함께 홈을 밟은 뒤 이승엽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국민 타자’ 이승엽(38.삼성)은 포항 구장이 생긴 효과를 가장 극적으로 보고 있는 선수다. 한국 무대 최악의 부진을 보였던 지난해, 포항에서 치른 8경기서는 4할의 타율과 2개의 홈런을 때리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기운은 올 시즌에도 이어지고 있다.포항에만 오면 이승엽의 방망이는 연신 불을 뿜고 있다. <표 참조.

삼성 주요 타자 28일 현재 포항구장 성적. 자료제공=베이스볼S
타율 3할1푼6리로 시즌 타율을 훌쩍 웃도는 성적을 냈다. 홈런은 더 많다. 16개 중 무려 4개를 포항에서 쳤다. 포항 경기 수가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승엽의 포항 활약은 더 놀라운 것이었다.

29일 포항 한화전서도 이승엽은 펄펄 날았다. 2회 선제 투런 홈런을 뽑아낸데 이어 3회에도 연타석 투런 홈런을 치며 승부에 일찌감치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이날 경기서는 이승엽 이전에 또 한 명의 타자를 기억해 두어야 한다. 채태인의 활약이 있었기에 이승엽의 한 방이 더 빛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채태인은 이승엽이 친 두 개의 홈런 때 모두 1루에 서 있었다. 팀이 꼭 필요로하는 안타를 친 뒤 출루한 것이었다.

채태인은 2회 1사 후 첫 타석에서 좌전 안타를 쳤다. 이전까지 삼성은 한화 선발 조영우로부터 안타를 치지 못했다. 4타자 뿐이었지만 ‘생소한 타자에 약하다’는 팀의 징크스가 스멀스멀 선수들의 어깨를 무겁게 해 줄 즈음에 나온 안타였다.

이승엽의 선제 투런포는 이처럼 채태인이 물꼬를 튼 뒤 터져 나왔다.

두 번째 타석의 안타는 그야말로 천금 같았다.

삼성은 3회말, 선두타자 나바로의 홈런으로 3-0이 된 뒤 박해민이 바뀐 투수 윤근영으로부터 기습 번트 안타로 출루하며 한화를 더 압박했다. 박해민은 포수 정범모의 패스트볼 때 2루까지 갔다. 그러나 박해민은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했다. 박석민과 최형우가 잇달아 범타로 물러났기 때문이다.

그 때 채태인의 안타가 또 나왔다. 중심 타자 두 명이 힘 없이 물러나며 상대를 무너트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듯 했지만 채태인이 한화쪽으로 흐르던 승기의 물꼬를 다시 삼성쪽으로 틀었던 것이다. 그 다음은 모두가 아는 것 처럼 이승엽의 투런포가 터졌고, 승부는 그렇게 삼성이 확실하게 기운을 틀어쥘 수 있었다.

이날 가장 돋보인 장면은 단연 이승엽의 홈런 두 방이었다. 하지만 채태인의 안타가 앞에서 터져나오지 않았다면 그만큼 극적인 힘을 갖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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