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모델(?)이었던 안태영이 더 소중한 이유

  • 등록 2013-07-31 오후 12:22:02

    수정 2013-07-31 오후 12:22:02

안태영이 고양원더스서 활약하던 시절 모습. 사진=고양원더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넥센 안태영은 요즘 하루 하루 사람들의 가슴 속에 묵직한 울림을 안겨주고 있다. 투수로 삼성에 입단했지만 어깨 부상으로 결국 방출. 6년간 야구를 떠나 생계를 위해 헬스 트레이너나 사회인 야구 심판을 전전해야 했던 불운한 청춘. 그러나 세상은 꿈을 잃지 않고 있었던 그를 그냥 패배자로 남겨두지 않았다.

2011년 고양 원더스가 창단돼 김성근 감독의 혹독한 조련을 통해 홈런 타자로 거듭나게 됐고, 꿈에 그리던 프로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됐다. 그리고 1년도 되지 않아 화려하게 1군에 등장하며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홈런 포함 4타수4안타로 충격적인 데뷔전을 치렀고 3경기째 내리 안타를 치며 타율 8할(10타수8안타)을 기록 중이다.

여기엔 또 한가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한가지 있다. 그가 원더스에서 뛰던 시절 무명의 모델(?)로도 활약했었다는 사실이다. 계약서나 출연료 한푼 없는 출연(?)이었지만 그는 꽤 중요한 역할을 했던 모델이었다.

지난해 모 포털 사이트는 2군 경기 생중계를 했다. 사연 많은 고양 원더스는 중계에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문제는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에 노출 할 경기 사진을 찾는 일.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이다 보니 편집자들의 고민이 적지 않았다. 보다 보기 좋은 경기 장면 사진이 필요했다. 그러다 눈에 띈 선수가 바로 안태영이었다.

굵직 굵직하게 남자답게 잘 생긴 얼굴, 여기에 홈런 타자이다보니 동료들의 환영을 받는 그림도 썩 쓸만 했다. 원더스 경기가 열리는 날 메인 페이지에 늘 그의 얼굴이 등장했던 이유다.

포털 사이트 한 관계자는 “안태영이 처음 등장했을 때 낯설지 않은 느낌이었다. 얼굴도 잘 생겼지만 홈런을 많이 친 덕에 늘 그가 있는 사진은 분위기가 밝았다. 메인 사진으로 늘 안태영을 썼었다. 그때만해도 그가 안태영인지도 잘 몰랐는데 이렇게 잘 되고 나니 정말 반갑다”며 웃어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제2의 안태영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호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탓에 인터넷 중계가 더 이상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로 스포츠는 스토리를 먹고 산다. 스토리는 돈이 되고 그 돈은 자생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당장 눈 앞의 수익이 나지 않는다 해도 2군 경기를 보다 많이 중계하는 건 그만큼 많은 이야기와 그 속의 영웅들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안태영의 등장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우리가 혹 놓치고 있는 영웅들은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꿈을 잃지 않는 선수와 그런 선수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진심으로 열정을 다 하는 지도자. 그리고 그들이 뛸 수 있는 환경만 있다면 우리는 또 다른 성공 사례를, 그리고 세상에 알릴 가슴 묵직한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젠 우리가 답을 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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